결국 같은 말 대잔치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마실에서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크리에이터 신원호 이우정 연출 이민수 극본 김송희) 디렉터스 토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신원호 크리에이터, 이민수 감독이 참석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약칭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다.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전공의)들 이야기를 다룬다.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 등이 각각 전공의로 분한다.
앞서 12·13일 양일에 걸쳐 1·2회가 각각 방영된 가운데 ‘의료계 이슈’ 따른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하자, 제작진은 이례적으로 1·2회 방송 직후 ‘디렉터스 토크’라는 행사를 열었다.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했음에도 굳이 ‘디렉터스 토크’를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제작진이 이 작품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연출 아닌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된 심정이다. 그래서인지 흐뭇하고 감격스럽다. 1·2회 보는 내내 벅차면서 봤다. 반응도 좋더라. 너무 흐뭇했다”고 첫 방송 소감을 밝혔다.
이민수 감독은 “첫 방송을 보면서 후렴함이 컸다. 기분 좋게 같이 첫 방송을 봤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내가 연출했을 때보다 부담감이 다르다. 마음이 더 쓰이고 계속 예민해지더라. 차라리 내 작품을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시청자 반응에 대해서는 “관심사는 늘 ‘배우들’이다. 우리가 글을 쓰면 배우들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배우들 퍼포먼스가 제일 주요 관심사다. 다행히 1·2회 방송 후 ‘마스크 신선하다’, ‘연기 잘 한다’, ‘설렌다’ 등의 반응이 나와 기분 좋고 벅차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고윤정 캐스팅 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사실 (고윤정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라며 “‘저렇게 생긴 배우는 저럴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분은 그것에 맞는 애티튜드가 있을 것 같았는데, 처음 보는 캐릭터였다. 털털하다는 표현 많이 쓰지만, 배우 중에 이렇게 털털한 친구는 처음 봤다”고 첫인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투도 초등학교 남자아이 같다는 이야기를 마니 듣는다더라. 그런 말투가 오이영 캐릭터에 씌워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제작진도 이견 없이 고윤정이었다. 고윤정이 가진 장점이 탁월하고 어마어마하다”라며 “고윤정은 외모뿐만 아니라 무표정도 장점이다. 표정을 제로로 만들 줄 아는 배우는 거의 없는데, 고윤정은 무표정하게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더라. 그게 주는 힘이 제일 크다. 아주 작게 써도 감정 전달력이 크다. 진폭이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이 큰 거다. 성실하고 노력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앞으로 더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신시아에 대해서는 “내면을 들여다보면 감정이 엄청나게 풍부한 배우다. 임팩트가 정말 크다. 1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마녀2’를 주연한 힘이 확실하게 있었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그 기운이 계속 풀렸다. 앞으로 신시아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클 것”이라고 했다.
강유석은 안재홍과 비교됐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응답하라 1988’(약칭 ‘응팔’)에서 정봉이를 연기한 안재홍을 캐스팅했을 때 느낌이었다. 오디션 때 정말 긴장해서 계속 ‘한 번만’을 외치더라. 그 모습이 호감이었다. 기운 자체가 호감이었다.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현장에서 잘 잡아주는 연기를 했다. 방방 뜨기만 하는 연기만 한다면 흔히 보는 감초처럼 보였을 거다. 그런데 겉으로는 잘 안 보이는 묵직함을 가지고 연기를 하더라. 확실하게 본인만의 무게 중심을 잡고 가는 배우다”라고 이야기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통해 데뷔하게 된 한예지에 대해서는 “캐스팅디렉터가 학교당 연기 잘한다는 친구들을 오디션 목록에 올리지 않나. 그런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사실 우리가 처음 생각하는 김사비 캐릭터와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한예지가 소화하는 김사비 캐릭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그를 보며 가장 많이 한 말은 ‘왜 잘해?’였다. 경험치가 없는데도 정말 잘했다. 우리 사이에서는 ‘연기 괴물’로 불렸다”고 극찬했다.
정준원은 신원호 크리에이터의 히든카드였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몇 년 전부터 정말 마음에 들어서 ‘보석함’에 넣어둔 배우였다. 그런데 전에는 항상 뭐가 안 맞아 캐스팅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에 구도원 캐릭터가 딱 맞더라. 일상적인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더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라고 믿음을 전했다.
관전 포인트는 제작발표회에서 언급했듯 이번에도 성장 서사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요즘 성장 서사가 잘 없지 않나. 신입사원이 자라는 걸 봐주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다. 답답해 한다”라며 “성사 서사가 주는 감동은 모두가 잘 안다. 그 순간을 목격할 때마다 감동이다. 그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 이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이미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는 허구이고 판타지라고 말했기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판타지다. 시청자들 역시 ‘판타지 의사생활’이라고 지적한다. 전공의 현실도 이야기도 없고 자료를 제대로 조사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 의료현장과 다른 극적인 연출 장치만 가득하다. 스핀오프 형태로 시리즈를 위한 시리즈로 탄생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큰 작품에 캐스팅됐지만, 시기도 상황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영리하게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도 아니다. 결국 작품을 바라보는 시청자들 해석에 달렸다. 그저 판타지물로 평가하고 작품을 바라볼지, 현실 ‘의료계 이슈’와 맞물려 작품을 비교해 바라볼지는 이제 시청자 몫이다.
‘현실 공감’이라는 단어를 전혀 쓸 수 없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