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컷] 같은 자리, 서영은의 자리

서영은 ‘같은 자리’ 자켓 이미지. 에이사이드컴퍼니 제공

★1줄컷 : 새로 산 옷에서, 익숙한 향기가 났다

가수 서영은이 신곡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2절이 시작되기도 전에 명확해졌다. 이것은 이른바 서영은의 ‘자체 복고풍’.
서영은답고, 서영은만의 노래다. 신곡이지만 서영은 히트송 모음집에서 쓱 꺼내든 것 같은 느낌, 기시감. 새로운 옷을 입었는데, 익숙한 향기가 난다.

‘같은 자리’는 서영은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부드러운 선율과 따뜻한 보컬이 일상 속 사랑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늘 같은 자리에서 널 사랑할게’, ‘계절이 가도 변하지 않아’ 같은 가사에는 서영은 특유의 ‘말랑말랑한 따스함’이 가득하다. 그 말랑함은 라임에도 살아있다. “난 미안해서, 또 고마워서, 행복해서 눈물이 나.” 서영은 곡에서 자주 보이는 감정의 순차열이다.

‘같은 자리’는 밝고 경쾌한 발라드다. 빠르지 않고, 격하지도 않다. 이걸 전부터 ‘서영은 템포’라 부르고 있다. 대극점에 놓인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같은 템포로 슥슥 요리해버리는 서영은의 능력은 신기에 가까울 정도다.

작곡은 문성욱과 예은, 편곡은 임영우와 예은이 맡았다. 멜로디의 흐름은 자연스럽고 직진하며, 무엇보다 보컬의 질감과 무드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미덕이다.

‘하루가 늘 같던 나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어준 너’, ‘넌 내 삶의 기적이야’, ‘내 시작과 끝은 너야’. 이런 문장들이 따로 놀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이유는 우리가 오래도록 들어온 서영은의 말투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자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만 묵직하다. 한 손으로 쥐기에 충분한 크기로, 먼 데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일상의 자리, 변하지 않는 사랑, 고마움과 눈물.
그래서 더 오래 듣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숨 쉬게 해주는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른다면 이 노래는 제 자리에 도착한 것이다.

서영은. 에이사이드컴퍼니 제공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