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극 중 효민이랑 사랑 안 하려 노력했죠” [인터뷰]

변호사 출신 작가가 집필, 철저한 고증과 탁월한 몰입감으로 호평을 받은 법정 드라마 ‘에스콰이어’. 그 중심에는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파트너 변호사 윤석훈 역의 이진욱이 있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스위트홈’, ‘오징어게임2’ 등 장르물부터 ‘나의 해리에게’, ‘이두나!’ 같은 로맨스까지. 감정적 파고가 뚜렷한 작품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키워 온 이진욱이 법정 물인 ‘에스콰이어’로 돌아왔다.

데뷔 후 ‘첫 변호사 역’를 맡은데 대해 “만족도 120%”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인 그는, ‘에스콰이어’가 보는 이를 현혹할 자극적 장면 없이도 “끝까지 보게 되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법정 안에서 ‘선악’은 뚜렷하지 않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도 시청자의 호평을 이끈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법리적 해석이란 도덕 또는 윤리와는 다르단 걸 알았죠. 많은 이들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윤석훈, 저랑 닮은 구석 많아요.”

윤석훈은 능력치 기준 대적할 ‘맞수’가 없는 일명 ‘먼치킨’형 캐릭터다. 이진욱은 “연기자라면 누구나 멋진 캐릭터와 자신이 닮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그 또한 이성적인 면이 ‘윤석훈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했다.

어릴 적 적성 검사 결과에서도 늘 “변호사”가 나왔다고 한 이진욱는 ‘검사 역’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엔 부패 검사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선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데뷔 후 23년 동안 공백기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이진욱. 작품 수가 어느덧 40편을 넘겼다.

“진짜 이진욱보다 캐릭터로 살아온 시간이 많다”한 그는 역할과 자아 사이에서 오는 혼란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인가? 나는 원래 어땠지 하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웃음)”

극 중 윤석훈은 겉으론 차갑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정의감과 의로움을 품은 인물. 이진욱은 이성과 감성· 냉정과 열정·균형과 균열을 치열하게 오가는 인물 관계도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드라마에 생명력을 더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극 중 효민이랑 사랑 안 하려 노력했죠.”

이진욱은 ‘에스콰이어’에선 물론, 실제로도 같은 소속사 후배인 상대역 정채연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일부러 빈틈있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며 그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젤리를 안 좋아하는데 (정)채연이가 나눠주면 괜히 더 달라고 말 걸고,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행동하기도 했어요. 여차하면 방귀라도 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16살 차이가 나는 정채연과의 ‘러브 라인’에 대해선 ‘다만’ 신중했다. 우리나라 정서 상 ‘환영받기 어렵다’고 생각한 그는 “시청자 보다 앞서가지 말자”고 작가와 신중히 대화하며 수위조절을 했다.

“그럼에도 ‘나이 차’ 때문에 향후 작품 선택을 망설일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설득력 있는 설정을 만들던, 연기력으로 돌파하던 ‘배우’로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겠죠.”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