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배우 서현우가 댄디한 검사의 가면 뒤에 숨겨둔 잔혹한 실체를 드러냈다.

9일 방송된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 3회에서는 무진지검 형사부 검사 박제열(서현우 분)이 첫 등장과 동시에 극 전체의 공기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박제열은 조유정(박세현 분)의 죽음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짓는 사건 보고서에 무심한 듯 도장을 찍으며 강렬하게 등장했다. 정갈하게 찻잎을 우려내는 차분한 외양은 영락없는 엘리트 검사였으나, 이내 반전이 찾아왔다. 평정을 유지하던 박제열의 오른손과 안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 것. 제어할 수 없는 신체 경련에 급히 서랍 속 알약을 삼키는 그의 모습은 박제열이라는 인물이 품은 깊은 어둠과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단숨에 증폭시켰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부분은 죽은 조유정의 과거 회상 장면이었다. 겁에 질려 애원하는 조유정 앞에서 미동도 없이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올리는 박제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섬뜩한 공포를 자아냈다. 그가 단순히 부패한 검사를 넘어, 베일에 싸여있던 비밀 조직 ‘커넥트’의 핵심 실체였다는 사실은 극의 미스터리를 한층 심화시켰다. 특히 조유정의 죽음조차 박제열의 치밀한 설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소름 돋는 반전을 선사했다.

서현우의 차가운 열연은 극이 전개될수록 날카로워졌다. 이준혁(이충주 분) 사건의 최초 신고자가 황현진(이청아 분)임을 파악한 그는 구선규(최영준 분)에게 신고자 신원 확인을 지시하며 입가에 옅고 차가운 미소를 띄웠다. 사냥감을 포착한 포식자 같은 그의 웃음은 앞으로 벌어질 파란을 예고하며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더해 방송 말미, 조유정 사건에 분노한 윤라영(이나영 분)이 방송에 출연해 커넥트 관계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선전포고를 날리자, 이를 지켜보는 박제열의 서늘한 모습은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모니터 속 윤라영과 대치하는 듯한 그의 시선 처리는 I&J 3인방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알리며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폭발시켰다.

그런 가운데 서현우는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박제열이라는 입체적인 악역을 완성해 냈다. 대사 이상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의 연기는 미스터리 추적극의 묘미를 극대화했고,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극 전체를 압도하는 포스는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재확인시켰다.

한편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