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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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신스틸러’로 활약해온 배우 염혜란이 찬란하게 빛나는 ‘1번 주인공’의 순간을 맞았다. 3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를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첫 원톱 주연으로 나서면서다. 영화는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살던 완벽주의 공무원 국희가 인생 최대의 위기 속에서 플라멩코를 만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간 강렬한 조력자로 서사를 뒷받침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플라멩코에 눈을 뜨는 평범한 공무원이자 ‘워킹맘’ 역을 맡았다. “이런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꼭 만나고 싶었다”고 힘줘 말한 염혜란은 “모든 여성 캐릭터가 킬러일 수는 없지 않겠냐”며 웃었다.

O“조연들 없이는 주연도 없어”

염혜란은 첫 단독 주연이라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27회차 모든 촬영에 참여하며 “주연이라는 부담감에 잠식당하지 않으려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부담을 덜어준 건 극단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박호산, 백현진 등 동료들이었다고 했다.

“조연 배우들이 저의 구멍을 다 메워줬어요. 그들과 함께하며 조연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죠. 내가 조연을 했을 때도 이런 든든함을 줬을까 돌아보게 됐어요. ‘시민덕희’에서 호흡을 맞췄던 라미란 언니도 많이 떠올랐죠. 원톱 주인공으로 극을 이끈 모습이 정말 대단했어요.”

영화의 핵심 소재인 플라멩코를 배우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플라멩코를 연습하다 발목을 잃었다”고 농담했다.

“‘쉘 위 댄스’나 ‘빌리 엘리어트’처럼 춤을 통해 해방을 얻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이번 작품도 그런 결이라 좋았죠. 저는 순수한 즐거움으로 하는 취미가 없어요. 무언가를 배워도 결국 연기를 위한 것이었죠. 요즘은 저만의 즐거움을 찾는 게 목표예요.”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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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연이은 해외 영화제 초청, 기쁘다”

‘매드 댄스 오피스’에 이어 다음 달 또 다른 원톱 주연작 ‘내 이름은’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내 이름은’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돼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어쩔 수가 없다’로 베니스영화제를 다녀왔고, 올해는 베를린까지 다녀왔어요. 해외 관객들까지 우리 영화를 좋아해주셔서 기뻤죠. ‘영화제 뽕’이 제대로 들었다니까요!(웃음) 영화제에서 한 외국 배우가 ‘더 글로리’를 재미있게 봤다며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신기했어요.”

‘더 글로리’, ‘마스크걸’, ‘폭싹 속았수다’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는 염혜란. 그는 자신을 향한 높아진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면서도, 이를 “감당해야 할 왕관의 무게”라고 표현했다.

“배우가 좋은 캐릭터로 기억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물론 그로 인해 기대가 높아
져 다음 연기에 실망하시는 분들이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 또한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죠. 전 최선의 연기를 할 뿐이에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