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해와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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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장은지] 대한민국을 뒤흔든 정, 재계와 연예계의 은밀한 유착을 응시한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는 권력의 정점을 갈망하는 검사 방태섭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는다. 주지훈은 욕망의 폭풍우 한복판에 선 방태섭을, 하지원은 그의 아내이자 시대를 풍미한 톱스타 추상아 역을 맡았다.

방태섭과 추상아는 서로의 야망을 추동하는 가장 친밀한 공범인 동시에, 언제든 서로의 목을 겨눌 칼날로도 돌변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야심을 지닌 방태섭과 고요한 가면 뒤에 섬뜩한 비밀을 숨긴 추상아. 주지훈과 하지원은 ‘클라이맥스’에서 이렇듯 불가해하면서도 불가분한 사슬에 얽매인 채 위태로운 동행을 이어간다. ‘욕망의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두 배우가 빚어낸 케미와 서스펜스, 그 사이 어딘가를 복기했다.

사진제공 | 해와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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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상아의 모든 장면이 클라이맥스”
‘클라이맥스’에서 하지원은 끊임없이 깨지고, 기어이 부서졌다. 해사한 웃음이 머물던 얼굴에는 어느덧 그늘이 깊게 패었고, 섬뜩한 눈빛은 우리가 알던 하지원이라는 실체의 근간을 격렬히 흔들어놓았다.

4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에서 그는 높은 수위의 멜로 연기는 물론, 필모그래피 최초로 동성애 연기에도 도전하며 유난히 인간 깊은 곳을 더듬고 헤집어놨다. 스스로도 모든 장면이 “(감정의) 클라이맥스였다”고 돌이켰을 정도로 이번 작품은 하지원이라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날카로운 ‘파열음’의 기록이나 다름없다.


추상아의 욕망은 선악 너머의 ‘생존’
“시들어갈 바에야 부서지는 게 나아.”

하지원은 자신이 연기한 추상아라는 인물의 물성을 가장 투명하게 비추는 대사로 이 문장을 꼽았다. 대중의 사랑이 그가 숨 쉬는 공기나 마찬가지였던 추상아에게 추락은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추상아에게서 하지원은 비릿한 ‘생존’의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선이나 악으로 판가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추상아의 모든 잘못된 선택이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추상아로 살기 위해 하지원은 가장 먼저 그 자신을 지워야 했다. 감독으로부터 “하지원이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특명을 받은 그는, 평소의 건강한 활력을 지우고 신경질적인 예민함을 덧입혔다. 의상이 몸 위에서 헐겁게 겉돌기를 원했던 감독의 요구에 맞춰 5kg이나 감량하며 캐릭터의 예민한 결을 살리려고도 했다.

추상아의 감정선을 너무 깊게 파고든 나머지 극중 인물이 겪는 거식증 증세가 실제 전이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원은 “기본적으로 내가 추상아를 연기하지만 상아도 그 안에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연기를 한다”고 설명하며 정체성의 혼란으로 한동안은 음식을 삼키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감정의 소요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 | 해와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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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코드? 도전 아닌 ‘확장’
파격의 중심에 섰던 극중 동성애 코드는 하지원에게 ‘도전’이라기보다 ‘캐릭터의 확장’에 가까웠다. 그는 극중 과거 연인인 한지수(한동희)를 추상아의 결핍을 거울처럼 비추는 ‘쌍둥이 같은 존재’로 해석했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남편인 주지훈과는 살벌하게 맞붙으면서도 격렬한 멜로 연기를 소화하는 등 ‘맹독성 케미스트리’로 화제를 모았다.

“(주)지훈 씨와는 이번이 첫 호흡인데도 합이 좋아서 놀랐죠. 서로를 믿어서인지 몸을 부딪히는 신에서도 티키타카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하지원은 단 2회차를 남겨둔 앞으로의 드라마 전개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예측불허의 반전과 긴장감이 이어진다”며 추상아 캐릭터의 클라이맥스를 경신할 것을 예고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