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1988년 4월!! 저는 자대 배치를 받기 전에, 대구에 위치한 50사단 훈련소에서 4주간 훈련을 받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던 훈련동기생 중에 정말 신기한 녀석이 한 명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밤에 잠을 자다가, 화장실이 급하게 다녀왔습니다. 이 친구가 언제 일어났는지 내무반에서 PT체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달밤에 체조도 아니고 뭐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야! 너 안 자?” 하고 물어봤는데 대답도 없었습니다. 그냥 계속 뛰고 있기에 속으로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생각하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 날. 제가 불침번 당번이라서 일어났는데, 어제 달밤에 체조한 녀석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는데, 뭔가 걱정이 있어 보여 차마 말을 걸 수가 없었습니다.
세 번째 날,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는데, 또 그녀석이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겁니다. 내무반을 뚜벅뚜벅 걸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야, 너 임마! 항상 잠 안자고 뭐해? 어제부터 시끄러워서 도대체 잠을 못 자겠다” 했는데, 이 친구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자기자리로 돌아와 잠을 잤습니다.
그 다음날 어제 왜 그랬냐고 물어봤습니다. 이 친구는 자기가 그런 적 없다면서, 두 다리 뻗고 잠 잘 잤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냐고 발뺌을 하는 겁니다. 제가 “무슨 소리야? 너 첫날 PT체조하고, 그 다음 날은 기도하고, 세 번째 날은 돌아다녔잖아” 하고 말했더니, 그녀석이 농담인 줄 넘어가는 겁니다. “야! 내가 언제 그랬냐? 웃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소대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소대장은 밤에 한번 지켜보자고 그랬습니다.
그 날 밤 12시! 제 예상대로 그 녀석이 침상에서 일어나더니, 혼자서 중얼거리며 내무반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소대장이 들어와서 이름을 불렀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겁니다.
소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야! 이 녀석 몽유병 환자다. 지금 깨우면 큰 일 나니까 일단 가만히 둬!” 이러셨습니다. 다음날, 소대장이 그 녀석을 불러 의무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상태가 심각해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며 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그 후 그 녀석을 볼 수가 없었는데, 지금도 군대 얘기하면 저는 그 친구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그 친구, 지금은 어디서 뭘 하며 살고 있을까요? 그 병은 고쳤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강동|양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