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울남편분신돌리도~”

입력 2008-07-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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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30분. 남편은 아침 일찍 일이 잡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저는 남편의 아침으로 밥보다는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서 얼른 가져다 줬습니다. 남편이 그걸 깨끗하게 다 마시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데 밖에 나가자마자 남편이 저를 다급하게 불렀습니다. 얼른 나가봤더니, 지난밤에 도대체 누가 그랬는지 저희 화물차 키 끼우는 곳이 뻐끔하게 구멍이 나서 뜯겨져있는 겁니다. 화물차 안에 부속이며 공구들은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있었습니다. 심지어 남편이 일할 때 입는 작업복 안주머니까지 뒤집어져 나와 있었습니다. 남편은 그때부터, 뭐가 없어지고, 뭐가 남았는지 찬찬히 점검을 하더니 갑자기 긴 한숨을 내쉬는 겁니다. 제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내가 가지고 있는 공구들 중에서, 제일 비싸고, 제일 아끼는 드릴 두 개가 없어 졌어”라며 한탄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지난번에 아주버님께서 사주신 거였고, 또 하나는 저희 친정엄마가 사주신 거였습니다. 몇 년 전, 짠돌이 저희 남편의 허접스런 공구함을 열어보신 아주버님께서, “이런 걸로 일하면 힘만 들고 능률이 안 오르지∼ 웬만하면 하나 좀 사지 그러냐∼” 하시면서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비싼 브랜드의 중고제품을 어렵게 사다주셨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해 친정 엄마가 남편 생일을 맞아 주신 전동 드릴입니다. 그 동안 제대로 해준 선물이 없다면서 현금 30만원을 봉투에 넣어주시고, “내가 뻘뻘 흘리며 일 하는 걸 지나가다가 봤다. 그 것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아”하시면서 꽁꽁 감추어 두셨던 쌈짓돈을 꺼내주셨습니다. 그걸로 산 전동드릴이라 남편이 평소에도 참 아끼며 조심조심 썼습니다. 남편은 사랑이 담긴 그 두 개의 장비만 있으면 어떤 두꺼운 콘크리트 벽도 쉽게 뚫을 수 있다고, 너무 감사해 하며 잘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 남편 직업이 에어컨 설치기사라서 이것저것 공구들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남편의 손때와 땀과 눈물이 담겨져 있는 공구가, 두 개 다 없어졌으니, 남편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다 당장 어떻게 일을 나가야하나 그것도 고민이었습니다. 남편은 할 수 없이 오래 전에 쓰다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녹슨 공구들을 챙겨서 일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걸 보는데, 제 기분도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왜 하필 고물이고 허름한 우리 화물차를 뒤져간 건지 우리 차 주변에 값비싸고 좋은 자가용들이 많았는데, 왜 하필 우리 차인지 너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없어진 그 공구들은 이런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하지, 보통 사람들에겐 가지고 가 봐야 중고로 파는 것 외에는 쓸 데가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설사 중고로 판다고 해도 워낙 오래된 중고라 몇 푼 받지도 못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남편에겐 다릅니다. 그 물건은 그야말로 분신이자 생계수단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전파상과 겸하고 있어서 더위가 시작되는 지금이 딱 바쁠 때입니다. 요즘이 에어컨 새로 설치해 달라거나, 이전설치 해 달라는 사람이 가장 많을 때인데… 이때 바짝 땀 흘려 일해 둬야 올 겨울을 두 다리 쭉 펴고 편하게 지낼 수가 있습니다. 거기다 당장 사는 것도 어려운 게 가격이 만만치 않은 정말 고가의 장비들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 남편은 어깨에 힘이 쭉∼ 빠져서 들어왔습니다. 하루 종일 속도 상하고, 공구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도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거기다 유리까지 한 장 깨버려서, 하루일당 고스란히 날리고 왔다고 그랬습니다. 남편은 그 날 저녁 한 술을 대충 뜨더니 그대로 거실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걸 보니 제 마음도 너무 너무 아팠습니다. 일단 저희 부부는 경찰에 이 도둑을 잡아달라고 신고를 했고, 인터넷을 뒤져서 적당한 물건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기사님들께 성능 좋고 괜찮은 중고를 찾아달라고 부탁도 드렸습니다. 요즘 일할 맛도 안 나고 기운도 없다고 축∼ 쳐져있는 우리 남편! 꼭 힘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여보∼ 우리 아직 젊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니까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기운 내요∼ 아자! 아자! 파이팅!! 우리∼ 잘 될 거야∼ 힘내∼” 경북 상주|정주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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