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우리아들이뽑기전쟁…땀범벅눈물범벅

입력 2009-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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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들과 함께 치과에 갔습니다. 아들 앞니 두 개 중 덧니가 생겼습니다. 저는 “아들∼ 엄마가 지난번에 얘기했지? 미운 이가 자리를 안 비켜주면 자리를 못 잡고 같이 미워져. 나중에 얼굴도 미워져”하니까 눈물이 대롱대롱 맺힌 얼굴로 “진짜요? 진짜 이가 미워져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반쯤 넘어왔다는 생각에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예쁜이를 위해서 미운 이를 뽑아주자. 우리 아들 용기 낼 수 있지?”하고 손목을 끌면 아들은 얼른 뿌리치며 “싫어요! 안 뽑아요∼” 하고 버팁니다. 사실 아들이 이렇게 완강하게 버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다른 쪽에 덧니가 생겨 치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남자선생님이 마취도 안 하고 저희 아들이 의료용 의자에 눕자마자 확∼ 뽑아 버리셨습니다. 애들은 그렇게 뽑아야 아픈 것도 덜하고, 잘 뽑는다고 하셨지만, 저도 놀랐는데, 제 아들 입장에서 얼마나 놀랍고 무서웠겠습니까. 그 날 이후부턴 이 뽑으러 가자 그러면 무턱대고 싫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뽑기 싫어서 버티고 있는 아들을 보니까, 어린 시절 제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는 흔들리는 제 이에 실 끝을 동그랗게 말아서 끼우고, 나머지 실 한쪽은 엄마 손에 들고, 하나 둘 셋 하며 제 이마를 치셨습니다. 하지만 이는 안 뽑히고, 이마는 맞아서 아프고 제가 엉엉 울면 “이놈의 기집애. 그러게 양치질 잘 하라고 엄마가 그랬어, 안 그랬어? 울지 말고 가만히 있어. 금방 빠져∼”하셨습니다. 저도 그런 기억이 있으니까 아들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들 때문에 속이 바짝바짝 탔습니다. 결국 극단의 조치를 취하고 말았습니다.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 바로 제 남편한테 전화를 하는 겁니다. 아들은 아빠와 몇 마디 대화를 하더니 닭 똥 같은 눈물을 훔치며 “이 뽑으러 가요”라고 했습니다. 의료용 침대에 누워서도 어찌나 힘을 쓰던지, 소리 지르고 다리를 동동 구르고 하도 난리법석을 떨어서 간호사 두 명, 엄마인 저까지 아이의 팔다리를 꼭 붙들고 있었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아들은 이를 뽑고 나서도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저는 간호사한테 뽑은 이를 달라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들한테 제 어린 시절 얘기를 하며 같이 이를 지붕에 던지자고 했습니다. 하늘 위로 이를 힘껏 던지고, “까치야 까치야 헌니 줄게, 새 이 다오∼∼” 하고 외쳤더니 아들도 똑같이 따라합니다. 우리 아들에게 예쁘고 건강한 이가 쏘옥∼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서구|이문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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