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반전에 매력 느껴” (종합)

입력 2021-05-27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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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인터뷰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배우에게 있어 작품은 그의 연기를 담는 그릇이지만 때로는 그들의 ‘시선’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정치적 성향을 오해받기도 하고, 역사 왜곡에 동참한 파렴치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지난 3월 역사 왜곡 의혹으로 결국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배우 8명이 줄줄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안성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한 남자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 저예산 독립 영화다. 이정국 감독이 데뷔작 ‘부활의 노래’(1990) 이후 30년 만에 다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조명했다. 혹여나 정치적·이념적 선택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던 선택. 하지만 안성기는 배우로서 영화의 완성도를 보고 ‘아들의 이름으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드라마로서 완성도 있게 짜여 있었어요. 사람마다 느끼기 나름이고 어떤 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한 편의 완성된 ‘영화’로 생각했어요. 정치적인 지점은 느끼지 못했어요.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끼고 바로 한다고 했어요. 극 중 오채근이 가진 아픔과 분노, 감정선이 너무나 잘 표현돼 있었죠.”

‘아들의 이름으로’ 시나리오를 읽고 짙은 여운을 느꼈다는 안성기. 그는 오채근이 가진 ‘반전’이 드러나는 과정 또한 큰 매력 포인트였다고 강조했다. 러닝타임 후반부 밝혀지는 ‘반전’은 오채근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받은 계엄군이었다는 것.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던 오채근은 뒤늦게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에 나선다.

“처음에 영화가 시작될 때는 뭘 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요. 모호하게 보여주다가 점점 껍질이 벗겨지면서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복수의 단계까지 가려면 관객들을 설득해서 구축해 가야한다고 생각했죠. 감정을 억제하고 절제하면서 표현해 나갔어요.”

안성기는 벨트를 이용한 액션과 무등산 촬영도 직접 소화했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이세은은 “‘테이큰’의 리암 니슨을 보는 것 같았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안성기는 “이정국 감독의 제안으로 벨트 액션을 하게 됐다. 짧지만 재밌었다. 임팩트도 있더라”며 “무등산 촬영은 체력이 좋아서 아무 문제없었다. 스태프 중에 내가 제일 체력이 좋았고 감독님은 뒤쳐졌다는 후문이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전해진 건강 이상 소식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불식했다. 안성기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 지금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상태다.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아들의 이름으로’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 영화다. 녹록치 않은 상황에 전문 연기자가 아닌 광주 시민들이 직접 영화에 출연했다. 안성기는 노개런티로 참여하며 작품에 힘을 보탰다. 안성기는 “애초에 예산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도 독립 영화를 가끔 해왔고 그들의 고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노개런티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어려움, 많았죠. 의상 담당도 분장 담당도 없었어요. 이런 현장은 거의 처음이지만 ‘이 또한 장점이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임했어요. 기억에 남는 건 진희 아버지가 피를 쏟는 장면이 있는데 분장사가 없어서 누구도 피를 준비하지 못한 거예요. 제가 나가서 피를 (만들어) 묻히기도 했어요. 연기자가 없어서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가 느닷없이 캐스팅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리얼하게 하시더라고요. 제가 따로 연기적으로 조언을 한 건 없어요. 부담 없게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끔 배려하려고 했죠.”

광주 시민들이 도운 ‘아들의 이름으로’는 지난달 말 현지에서 시사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안성기는 “상당히 많은 분들이 우셨다. ‘아픔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41년이 지났지만 그 아픔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고 고통도 아직 남아 있다. 진정한 반성과 용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관객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아들의 이름으로’는 지난 12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꾸준한 관심과 성원을 받으며 2만3000명을 넘어섰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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