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박수받고파” 김하늘 욕망 활활 #연기 #수식어 (종합) [DA:인터뷰]

입력 2022-05-02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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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욕망은 존재한다. 단지 차이라면 크기와 실현 방법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기도, 가진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더 큰 것을 꿈꾸기도 한다. 욕망이 차오를 때 인간 본성은 날 것에 가깝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역시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미 욕망에 사로잡힌 이상 더는 이성을 되찾기란 쉽지 않다.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린 tvN 수목드라마 ‘킬힐’(연출 노도철, 극본 신광호 이춘우)에서 톱 쇼호스트를 노리는 우현(김하늘 분) 역시 그런 경우다. 불안정한 가정, 쇼호스트 간의 녹록지 않은 경쟁, 욕망을 채워줄 위험한 유혹은 우현을 변화시킨다. 욕망의 화신으로. 그리고 이런 우현을 오롯이 연기로 담아내려던 배우 김하늘은 ‘연기 욕망’을 불태웠다.

“대본을 받아봤을 때 너무 어려웠어요. 이런 대본을 처음 받아봤고, 이전에는 말랑말랑한 작품을 주로 했어요. 극 흐름을 따라가는데 덜컹거리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부분도 있었어요. 캐릭터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많이 노력했어요. 현장에서 우현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어요. 캐릭터가 느낄 수많은 감정을. ‘킬힐’은 제게 특별해요. 우현 캐릭터 감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선배들에게 폐가 되지 않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이토록 감독님, 배우들과 이야기한 작품이 없었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니 아쉬우면서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에요. 다음 단계로 한 발짝 올라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어요. 연기적인 측면에서나 작품을 보는 시야에서 그 폭이 넓어졌어요.”

‘킬힐’은 김하늘에게 여러모로 특별하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치중된 김하늘에게 ‘워맨스’(여성 캐릭터들 간의 특별한 호흡) 작품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다. 어느새 현장에서 맏이로서 분위기를 주도해야 했던 김하늘은 이번 작품에서 세 여주인공 중 막내였다. 그 덕분에 제 본인의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제가 주연배우 중 막내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요즘 현장을 가면 저보다 어린 배우가 많아요. 스태프도 그렇고요. 그런데 ‘킬힐’에서는 제가 막내더라고요. 연기적인 측면은 물론 막내로서 제 역할을 잘해 선배들에게 사랑받고 싶었어요. 그게 이 작품에서의 제 욕망이었죠. 그런데 현장에서 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쉬워요. 치열하게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서 그 감정을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선배들과 지금보다 더 깊이 친해지지 않았을까 해요.”

남자 배우들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 이혜영과 김성령과 만난 김하늘은 그 느낌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조금 더 친해져 ‘선배’가 아닌 ‘언니’로 부르고 싶을 만큼 좋은 기억을.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어요. 대선배고 존경하는 선배들이니 NG를 내서 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NG를 자꾸 내더라고요. 얼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 자체가 쉽지 않아 몰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감정을 이어가야 하는 사담을 쉽게 나눌 수도 없었어요. 촬영이 중반을 지나고 나서야 긴장을 내려놓고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두 분 모두 너무 따듯한 분이세요. ‘괜히 혼자 긴장했구나’ 싶었어요. 이혜영 선배는 분위기 메이커세요. 애교도 많고, 농담도 잘하세요. 안부도 잘 물어봐 주시고요. 질문도 많이 해주세요. 김성령 선배는 유하세요. 따듯함이 느껴지는 분입니다. 촬영 현장도 편하게 해주세요. 더 친해져서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예요. 배우로서도 배울 점이 많아요. 촬영이 시작되면 두 분 다 빠르게 몰입하세요. 여러 면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전작인 JTBC 드라마 ‘18 어게인’(극본 김도연 안은빈 최이륜, 연출 하병훈)에서 아나운서 정다정을 연기한 김하늘에게 쇼호스트 우현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두 캐릭터 모두 방송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지만, 보도국과 홈쇼핑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되게 어려웠어요. 전작 ‘18어게인’에서는 아나운서처럼 보이고 싶어 발음, 발성, 호흡을 선생님에게 따로 지도받고 많이 연습했어요. 그런데 ‘킬힐’ 속 쇼호스트라는 직업은 따로 배워서 연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쇼호스트마다 캐릭터가 존재하더라고요. 제품을 연구하고 그 생각을 녹여내 방송을 진행해요. 배워서 연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경험과 즉흥적인 면이 많은데, 저는 대본에 적힌 대사를 그대로 연기해야 하니 그 점이 어렵더라고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홈쇼핑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가끔 채널을 돌리면서 화면 속 쇼호스트를 보며 ‘내가 저렇게 해야 했는데’, ‘저렇게 연기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김하늘 특유의 분위기는 묻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캐릭터 외적인 측면까지 김하늘 생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작품마다 제 의견이 80% 이상 반영돼요. 처음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아보면 캐릭터 이미지가 그려져요. 캐릭터 주변 환경도 함께요. 어떤 느낌을 주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머릿속에 그리고 이를 외적으로 표현할 때가 연기할 때 가장 자연스러워요. 그래서 제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돼요. 지금 같이 일하는 스타일리스트와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킬힐’에서 가장 많이 부딪힌 것 같아요. 갈등보다는 첨예한 캐릭터 연구 대립이죠. 스타일리스트도 저를 알았기 때문에 캐릭터를 연기할 제 이미지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요. 저 역시 제가 그린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고요. 스타일리스트가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집중한다면, 전 연기하는 환경도 생각해요. 캐릭터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촬영 동선을 생각해요. 따귀 때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거추장스러우면 안 돼요. 상대 캐릭터와 관계도 고려해요. 맞서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차가운 분위기를 더 연출해 분위기를 극대화해요.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단발을 시도한 것이고요.”

매 작품 최선을 다는 김하늘에게 좋은 연기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욕망이다. “욕망이라는 단어가 어렵고 센 느낌을 주는데, 제게는 욕망보다는 욕심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게 욕심(욕망)이에요. 이번에 작품에서도 ‘우현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기했듯이 잘하고 싶고 박수 받고 싶어요. 다음 작품에도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면서 박수 받고 싶어요.”



연기 열정을 불태우는 김하늘은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자신도 특별히 애정하고 아낀다. “제 삶의 원동력은 저 자신입니다. 전 학창 시절에는 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때만 해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지’,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없어요. ‘잘하는 게 뭘까’ 정도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만나면서 저를 발견했어요. 저 자신의 소중함을요. 나라는 사람을 처음 깨닫게 됐죠.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소중해요. 저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게 해줘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으로 사는 저 자신이 소중해요. 저 자신이 제 사람의 원동력이고요.”

치열하게 욕망을 향해 좇던 우현에서 벗어난 김하늘 얼굴에는 특유의 밝음이 묻어난다. 다음에 대한 기대감을 에너지고 분출하는 듯하다. 다양한 수식어도 원한다. “‘멜로퀸’, ‘로코퀸’이라는 수식어요?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웃음) 그러면서도 또 다른 수식어도 원해요. 여러 장르를 접하고 연기하면서 그때마다 다양한 수식어를 얻고 싶어요. 작품마다 다 다른 ‘수식어’를요. 예능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쟤 왜 저래?’라고 하면서 몇 번씩 웃는 제 모습을 발견해요. 차기작은 미정이에요. 여러 작품에서 제안받았는데, 다 장르가 달라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요. 그중에서도 한 작품을 선택해 돌아오겠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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