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벌금형’ 하정우 “숨지도 피하지도 않아, 비난받아 마땅” (종합)[DA:인터뷰]

입력 2022-09-15 1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프로포폴 벌금형’ 하정우 “숨지도 피하지도 않아, 비난받아 마땅” (종합)[DA:인터뷰]

프로포폴 불법투약 논란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으로 복귀한 하정우가 공백기를 돌아보며 심경을 고백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대면으로 진행된 하정우의 ‘수리남’ 라운드 인터뷰. 이날 하정우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수리남’ 제작발표회 때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직접 얼굴 뵙고 말씀드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홍보사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자리를 통해 기자님들과 많은 관객분들, 시청자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정우는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가 대중에 작품을 선보이는 건 2020년 2월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반 만이다. 하정우는 이날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라 상당히 어색하고 낯설다”고 하면서도 특유의 위트와 여유로움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정우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2004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왔는데 기존에 해오던 일들이 다 멈춰지니 상대적으로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느낌이 들더라. ‘수리남’ 제작발표회 때 포토타임에서도 그렇게 떤 적이 없다. 사진을 보니 인상도 안 좋더라. 사진 속 내 모습이 나도 낯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숨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어떤 기사가 나오든 어떤 일이 벌어지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만 차리고 있어보자.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보다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짚어봤다”면서 “열심히만 뛰어다니면 능사라고 생각했는데 반성했다. 사람마다 기준도 시선도 여러 가지지 않나. ‘내 자신이 너무 느슨한 기준을 두고 있었구나’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배우인데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시간을 온전히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계획대로 되는 일도 내 마음대로 되는 일도 없지 않나. 비난을 받아야 하는 시기라면 비난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계속 해명해봤자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분명히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건 배우로서 앞으로 성장하고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벌금 선고 1년이 흐른 시점, 지난 9일 190개국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을 통해 복귀한 하정우. 그가 주연을 맡은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아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에 이어 하정우와 무려 다섯 번째 작품 호흡을 맞췄다.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은 영화적으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이다. 나 또한 연출을 두 편 했는데 그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며 “오랜 시간 함께해오다 보니 농담하는 스타일까지 비슷해진 것 같다. 어떤 농담을 던졌는지, 아이디어가 누구 입에서 먼저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내가 평소에 쓰는 말을 대사에 넣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작품에 비해 윤종빈 감독의 현장이 특히 고되다. ‘수리남’ 역시 분량도 대사도 너무 많았고 외국어 대사에, 감정 연기에, 해외 로케이션까지 모든 연기를 총망라한 캐릭터라 힘들었다. ‘군도’에 버금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윤종빈 감독과 작품을 함께하는 건 그만큼 신뢰하는 감독 중에 하나기 때문”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분명 상당히 익숙한 조합인데 작품에서는 처음 만난 황정민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하정우와 황정민은 ‘수리남’에서 각각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와 마약 대부 전요환을 맡았다. 강인구는 큰돈을 벌기 위해 온 수리남에서 전요환으로 인해 마약사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수감된 후 국정원 비밀 작전에 합류하게 된다. 서로 끊임없이 속고 속이며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관계다.

하정우는 황정민에 대해 “어릴 때는 무서운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로서 참 열정적인 분이더라. 평소에는 말씀도 많고 에너제틱하고 술도 좋아하고 사람들 좋아하고 활발한 형인데 촬영할 때 연기 직전 그 순간만큼은 에너지를 응축한 것처럼 되게 조용하게 있더라. 마음을 다스리는 루틴인 것 같은데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이었다.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현장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배우이지 않나. 역시나 에너지나 임하는 자세나 이런 것들이 엄청 났다”며 “형은 모든 게 릴렉스된 것 같다. 액션신을 찍다 보면 배우들끼리는 상대 배우가 어떤 몸 상태인지, 긴장을 많이 했는지, 운동신경이 있는지 느껴진다. 형은 멱살을 잡고 끌어올리는데도 안 힘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더라. 병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이 있는데 아무리 슈가글라스(설탕 유리병)여도 감정 연기를 하다 보면 부상 위험이 있다”면서 “형은 안심시켜주더라. 사소한 것이지만 그렇게 마음 써주는 모습에서 배려를 느꼈다. 감사했다”고 전했다.

‘수리남’은 수리남에서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어 마약왕이 된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차용한 작품이다. 조봉행을 바탕으로 ‘수리남’의 전요환이 만들어진 것. 강인구 역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

하정우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지만 생각보다는 자유로웠다. 재구성된 부분이 많았다. 전요환이라는 인물도 목사라는 설정을 허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존 인물이 의식되진 않았다”며 실존 인물과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지컬도 좋으시고 되게 신뢰가 가는 건장한 분이더라. ‘이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에너지를 느꼈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작품화 된 것을) 흐뭇해하셨다. 현재 굉장히 평범한 삶을 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정우는 인터뷰 당일 미국 LA에서 전해진 이정재의 낭보에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이정재는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인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정우는 “경사로운 일이다. ‘기생충’도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오징어 게임’ 또한 이루 말할 것 없이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그 정도까지 발을 뻗고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건 감사하고 대단한 일이다. 더 책임감 있게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최근에 모로코에서 영화 ‘피랍’을 촬영하는데 현지에서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배우 아니냐’고 하더라. 이정재 형 덕을 봤다. 이런 게 후광인가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정우는 “이정재 형의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마냥 부럽다고도 생각했다. ‘수리남’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오징어 게임’ 팀 단체 사진에 우리 작품 속 얼굴들을 대입하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솔직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넷플릭스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