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키’ 지혜원 “당찬 매력? 아이브 ‘로얄’ 들으며 몰입했죠” [인터뷰]

입력 2024-07-03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사진제공|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초고속으로 글로벌 1위 찍으니까 도파민이 확 돌던데요?”

배우 지혜원(26)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하이라키’로 글로벌 차트의 정상을 찍었다. 드라마는 지난달 7일 공개해 2주 만인 19일 넷플릭스의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권 1위에 올랐고, 2일까지 해당 차트 3위를 지키며 장기 흥행 중이다.

‘하이라키’의 글로벌 흥행은 방송가 안팎에서 ‘이변’으로 꼽혔다. 지혜원과 노정의, 이채민, 김재원, 이원정 등 20대 신인들이 이른바 톱스타 하나 없이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계급갈등 문제에 녹이면서 폭넓은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지혜원은 무역회사 오너의 딸 윤헤라 역을 맡아 ‘판’을 뒤흔드는 악녀로 활약했다. 친구인 재벌 후계자 노정의를 질투하고, 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견고한 계급사회에 균열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정의와 애증으로 얽히는 윤헤라 캐릭터에 사랑스러운 매력을 덧씌워 결코 밉지 않게 표현하면서 ‘러블리 빌런’이라는 애칭도 획득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지혜원은 “요즘 해외 차트를 ‘새로고침’하며 순위를 확인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차트에서 1위를 찍은 걸 보니 도파민이 쫙 돌면서 짜릿함이 느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Q. 해외 인기를 실감하나.
“아직 완전히 실감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SNS에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댓글이 달리고, 구독자(팔로워) 숫자가 날마다 휙휙 오르는 걸 보면 정말 놀랍고 감사해요. 플릭스패트롤 같은 해외 OTT 차트는 밤 11시 50분쯤 순위가 바뀌거든요. 드라마가 공개된 직후부터 일주일 정도는 매일 그 시간에 차트를 캡처해서 ‘하이라키’ 동료들이 모인 단체문자방에 공유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을 정도였어요. tvN ‘선재 업고 튀어’나 ‘눈물의 여왕’ 같은 히트작들과 우리 드라마가 함께 언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자랑스러워요.”

Q.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3차에 걸쳐 오디션을 봤는데 1부 대본을 읽자마자 윤헤라 역에 반하고 말았어요. 오디션 날에 작정하고 미용실에 가서 상류층 자제처럼 제일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해달라고 했죠. 소심한 저와 달리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헤라가 되기 위해 오히려 평소보다 대본을 덜 봤어요. 그리고 걸그룹 아이브의 노래 ‘로얄’을 저만의 OST 삼아 반복재생하면서 당당한 캐릭터에 몰입했죠. 나 자신에게 자신감 넘치고,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겠다는 내용의 가사가 딱 윤헤라 같았거든요.”

Q.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 있다면?
“클럽의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꼽을래요. 클럽에 한 번도 안 가봤고, 땅 위에서 춤을 춰본 적조차 별로 없어요. 그런데 책상 위에서 좌중을 압도하면서 춤을 춰야 한다는 거예요. 섹시 댄스를 열심히 배워갔지만, 좀처럼 긴장이 안 풀려서 매니저 분께 위스키를 좀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그걸 너무 한 번에 마셔 버려서 취기가 확 올라온 거예요. 킬힐을 신은 채로 폭이 좁은 테이블에서 춤추는 것도 어려운데 취기까지 있으니 중심을 못 잡겠더라고요. 삐걱대는 제 춤사위에 스태프 분들이 웅성대고, 감독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보니 정신이 확 들던데요.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다시 춤췄어요.”

사진제공|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사진제공|엑스와이지 스튜디오

Q. 주인공 5인방 중 맏이였는데.
“원래 소심한 성격상 반장 역할을 잘 못해요. 다행히 전부 또래라서 금세 편해졌죠. 모두가 내향형이라 어느 정도는 각자의 시간을 가져야 충전이 되는 점도 비슷해서 좋았어요. 함께 연기하고, 밥먹고, 놀다가도 ‘이젠 각자 쉬고 이따 보자’며 헤어졌죠. 하하! 그만큼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었어요. 우정 이야기를 함께 그린 (노)정의랑은 유치원 때부터 친구 사이라는 극중 설정처럼 정말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나 너랑 친구 안 해’라는 대사를 할 땐 절로 울컥하더라고요.”

Q. 윤헤라는 자신에게 어떤 캐릭터였나.
“욕심과 질투가 많은 헤라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아버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도와주지 않는 정재이(노정의)를 보며 미움을 키워가는 헤라의 행동이 시청자에게도 잘 다가갈 거라 믿었어요. 만약 제 자신이 헤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렇게 자신 있게 표현하지 못했을 거예요.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가감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Q. 드라마 덕분에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도 출연했다.
“‘하이라키’로 새로운 경험을 정말 많이 하게 됐어요. 촬영이 확정된 이후부터 친구들과 매일 ‘개인기 뭐 준비할 거야?’, ‘너 나랑 할래?’ 이러면서 긴장했죠. 수학여행의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예능 출연이 처음이어서 녹화 내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얼마 전에 부모님과 드라마 촬영 장소 중 하나인 서천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에 놀러갔는데, 근처 밥집에서 사장님이 ‘아는 형님’에 나오지 않았냐면서 반찬을 서비스로 주시더라고요. 기분 정말 좋더라고요. 아직 신인이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분들이 인사해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혹시나 저 알아보신다면 꼭 아는 척 해주세요.”

Q. 어머니가 배우 김성령, 손현주, 김성령 등 수많은 스타를 담당한 이경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배우를 꿈꾸는 데 관련 영향이 있었나.
“아무래도 어머니께서 엔터테인먼트업계와 가까운 환경에 있다 보니 영향은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릴 적부터 드라마 속 캐릭터 대사를 혼자서 따라하며 놀았던 걸 보면 배우를 꿈꾼 건 자연스러운 일 같아요. 초등학생 때부터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 선배님을 그렇게 따라했거든요. ‘상속자들’에서 김지원 선배님이 연기한 유라헬 역도 자주 따라했는데, 10년 뒤에 유라헬과 비슷한 윤헤라 캐릭터를 맡아서 운명인가 싶어요.”
사진제공|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사진제공|엑스와이지 스튜디오

Q.배우를 한다고 하니 어머니 반응은 어땠나.
“처음엔 모르셨어요. 부모님께서 허락을 안 해주실 거 같아서 말도 안 꺼냈거든요. 일단 고3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일반 대학을 준비했는데, 용기 내어 ‘배우 하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뜻밖에도 부모님께서 해보라고 하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해볼 테면 해봐’라는 뜻인데, 저는 그저 신나서 바로 연기입시학원에 등록했죠. 다행히 운 좋게 곧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붙어서 2017년에 입학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걱정을 내색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제 인생을 스스로 잘 꾸려가야 한다면서도 ‘넌 잘 헤쳐 나갈 거야’라며 묵묵히 응원해주고 계세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만약 ‘하이라키’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떨까.
“한달음에 달려가야죠. 시즌2가 나온다면 말미에 이우진 역의 (이)원정이와 못 다 이룬 로맨스가 더 펼쳐지지 않을까요? 시청자 분들도 헤라와 우진이의 관계를 엄청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시즌1에서 미처 안 풀린 둘 사이의 설정들이 있어서 그게 다뤄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정의가 맡은 정재이와는 화해를 했지만, 질투 많은 윤헤라는 여전히 ‘퀸’의 자리를 노리고 있지 않을까요? 흥미로운 캐릭터로 여전히 남아있을 것 같아요.”

Q.시청자에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확실히 나만의 색을 가진 배우. 진부하지만 진심이에요. 쉬운 말이지만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고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시청자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절로 지혜원이라는 배우도 궁금해지지 않을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