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빠른 흥행 속도와 달리 일부 관객들에게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대원미디어
‘日 애니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극과극 평가
일제강점기 美 도쿄 대공습 배경
일부 관람객들 “피해자 시늉”반감
골든에그지수 올 애니 중 최하위
글로벌 평단선 “마법같은 작품”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사 것인가’가 개봉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둘러싸고 뚜렷한 호불호 평가도 받는다. 일찍이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극찬 받고 일본에서만 84억 엔(762억 원) 이상의 수입을 내며 국내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일제강점기 배경 등 일부 설정들로 인해 반감을 산 분위기다.일제강점기 美 도쿄 대공습 배경
일부 관람객들 “피해자 시늉”반감
골든에그지수 올 애니 중 최하위
글로벌 평단선 “마법같은 작품”
●5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눈앞
30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5일 개봉 첫날 올해 애니메이션 최고 오프닝 스코어(25만 명)를 기록한 ‘그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29일까지 단숨에 94만 관객 이상을 모으며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첫 주말 관객만 59만 명으로 이는 14만 명을 모아 2위에 오른 강하늘 주연의 영화 ‘30일’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신비주의 전략을 내세워 앞서 시사회를 생략하는 등 별다른 사전 홍보를 진행하지 않았던 영화가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름값만으로도 관객몰이를 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앞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빠른 흥행 속도와 달리 영화에 대한 혹평이 빗발치고 있다. 실관람객 평점 CJ CGV 골든 에그 지수는 60%대까지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70%까지 회복했다. 이는 올해 애니메이션 중 최하점이며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에서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쾌한 설정들” vs “하야오 최고작”
일부 국내 관객들은 극중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주인공 소년 마히토의 아버지가 아내가 죽은 후 아내의 여동생, 즉 처제와 재혼하는 등의 몇몇 설정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마히토의 아버지가 군수공장을 운영하고, 마히토의 엄마는 미군이 일본을 공격한 도쿄 대공습 당시 목숨을 잃는 등의 설정을 꼬집으며 “제국주의를 미화하고 피해자 시늉을 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 것과 달리 글로벌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99%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평단은 하나 같이 깊이 있는 스토리를 언급하며 “하야오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은 “슬픔과 성장을 다룬 이번 영화를 통해 하야오 감독은 스스로 오늘날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애니메이터라는 걸 입증해보였다”고 말했고, 플레이리스트는 “세계 최고의 연금술사가 우리에게 선물한 마법 같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