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 종료 후 울산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울산 현대가 미뤄둔 K리그1 대관식을 치렀다. 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전(38라운드)에서다. 지난달 29일 대구FC와 35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이겨 리그 2연패, 통산 4번째(1996·2005·2022·2023년) 우승을 조기에 확정한 울산은 마지막 경기마저 1-0 승리로 장식하고 23승7무8패, 승점 76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에는 17년 묵은 리그 우승 갈증을 해소했다면, 올 시즌에는 왕관의 무게를 견딘 2연패로 왕조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오랜 라이벌과 통산 112번째 만남에 부담은 없었다. 홈팀은 여유로웠다. 빅매치를 앞두면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즐기면서 뛰라”고 당부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날 울산의 90분은 축제였다.
표현 그대로 경기를 ‘만끽한’ 울산은 더 강했다. “결과가 우리 위치를 바꾸지 못한다. 부담 없이 뛰고 대관식을 즐기자”는 홍 감독의 메시지를 선수들은 충실히 이행했고, 전반 31분 설영우의 선제 결승골로 최고의 하루를 만들었다.
울산은 앞서 흐뭇한 선물도 받았다. 선발출전한 주민규가 전날(2일) FC서울과 최종전을 마친 티아고(대전하나시티즌)와 득점 동률(17골)을 이뤄 득점왕을 확정했다. K리그 규정상 기록이 같으면 출전시간이 적은 선수를 우선한다. 주민규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뛴 2021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 득점왕으로 등극했다.
팀 우승에 개인 타이틀까지 겹경사를 누리게 된 상황에 홍 감독은 유쾌한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마틴 아담과 공존하느라) 출전시간이 적어 항상 미안했는데, 돌이켜보니 더 좋은 선택인 듯 하다.”
우승 파티의 게스트도 화려했다. 2014, 2018년에 이어 울산을 3번째 찾은 가수 노라조가 신규 응원가 공개를 겸한 흥겨운 하프타임 공연을 펼쳤고, 김태우는 히트곡을 열창하며 시상식 피날레를 장식했다.
반면 전북은 상처만 가득했다. 울산처럼 즐기지 못했다. 경기력에서 밀리고, 전반 막판에는 주장 홍정호가 문전 경합 도중 울산 골키퍼 조현우와 충돌해 크게 다치는 불운을 겪었다. 전북은 결국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 출전으로 밀려났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