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여성시대]①비련의여주인공이사라지다

입력 2008-06-1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E! 트렌드를 시작하며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또한 그 변화가 이끄는 새 흐름에 충실한 분야는 바로 엔터테인먼트가 아닐까. ‘스포츠동아’는 TV와 영화, 가요 등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변화의 조짐과 경향을 짚어보는 ‘E! 트렌드’ 코너를 신설했다. 매 달 하나의 큰 주제를 가지고 때론 날카로운 시선으로, 때론 재치 있는 글로 독자에게 ‘맛있고 신선한’ 정보를 전해줄 것을 약속한다.》 드라마 속 여자들이 ‘쿨’해졌다. 이제는 더 이상 남편의 외도에 속 태우고 신세 한탄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상을 재현하고 있다. 요즘 드라마에서 재벌2세와 결혼해 불치병에 걸리거나(‘아름다운 날들’ 최지우), 버림받고 아이를 홀로 키우는(‘청춘의 덫’ 심은하) 등 수동적인 여주인공을 찾기 어렵다. 지금 안방극장의 여주인공은 남편의 ‘바람’에 잠시 흔들릴지언정, 결국 본인의 일과 행복을 찾아 떠난다. ○ 시대가 변했다. 한 드라마 PD는 여성 캐릭터 변화에 대해 “다른 이유가 없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비련의 여주인공을 보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고소영이 9년 만에 컴백한 드라마 ‘푸른 물고기’가 실패한 요인도 여기에 있다”며 “톱스타에 화제성도 겸비했지만 여주인공의 눈물만으로는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어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캐릭터의 진화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성공담이 이젠 화제 거리도 안 되는 세태 변화를 반영한다. ‘알파걸’(여성 엘리트 집단)이 주목받는 시대에 비련의 여주인공은 더 이상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힘든 소재다. ○ 배우도 변했다. 착한 여자냐 악녀냐는 이분법적인 여주인공의 구분 또한 무의미해졌다. 오히려 일부 톱스타들은 비련의 여인이 아닌 ‘독한 여자’ 캐릭터를 선호한다. KBS2 ‘태양의 여자’ 김지수는 ‘비련의 여인’ 윤사월이 아닌 지독한 승부사적 기질을 지닌 신도영을 선택했다. MBC ‘흔들리지마’의 홍은희도 마찬가지. 재벌2세 애인과 결혼하기 위해 가족의 존재까지 숨기고 짧은 시간 골프와 교양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독종녀로 등장한다. 김하늘 또한 ‘온에어’에서 싸가지 없는 톱스타 오승아를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못된 여자는 ‘보기는 화려하지만 극의 주인공은 아니다’ 식의 공식이 깨진 지는 오래”라면서 “배역에 대한 설득력을 드라마가 갖추면 오히려 당당한 캐릭터가 착한 여자보다 공감을 얻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 ‘조강지처 클럽’ 인기, 변화된 여성 캐릭터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이 불륜이라는 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변화된 여성 캐릭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생선 장사로 의사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뒤통수 맞은 복수(김혜선)와 남편 외도에 ‘이혼만은 말아 달라’고 눈물 흘리던 착한 아내 화신(오현경)의 희생적 캐릭터는 초반부의 설정일뿐, 지금은 없다. 복수는 비슷한 처지의 길억과 새 사랑을 시작하고, 예뻐진 화신은 의류 회사에서 일하며 재벌2세 도련님과 러브라인까지 만들고 있다. ‘조강지처 클럽’ 손정현 PD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시청률로 느낀다. 수동적이었던 여주인공들이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삶으로 돌아섰을 때 시청률이 함께 상승세를 탔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