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기자가만난소띠대표스타…이정재

입력 2009-0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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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솟은새해,일도사랑도확잡아야죠”
“정중동(靜中動)이란 말을 새겨보게 돼요.” 동갑의 배우와 기자가 ‘기축년 소띠 해’라는 미명 아래 마주 앉았다. ‘벌써 세밑’이란 인사를 주고받고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차례로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은 ‘나이가 먹어간다’는 약간의 무게감에 눌린 무언의 동의와도 같았다. 아직은 어리다는 자기 위로가 20대의 무기라면, 30대의 무기는 덕담을 가장한 실은 ‘최면’을 품앗이처럼 서로에게 걸어줄 줄 안다는데 있다. 배우 이정재와 기자도 그랬다. 벌써 새해, 그것도 “하필이면” 소띠 해라니. 이정재와 기자는 “하지만 하나도 안 변했다”고 서로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 이정재의 세밑은 어떤 풍경. “어제 밤에 잠이 잘 안와 오랜만에 영화 ‘인터뷰’를 꺼내봤어요. 심은하와 함께 주연했던 8년 전 그 영화. 배우에게 과거 작품의 감상은 앨범 꺼내보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주죠. 민망하기도, 풋풋하기도 한 그때의 나를 ‘정말 나였어?’라며 얼굴 붉히는 순간이란….” -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소띠 해다. “12년 전인 97년이면 군복무를 마치고 연기 활동을 막 재개하려던 시기였죠. 갓 제대한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있는데 ‘네가 딱이다’며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혼잣말로) 그때부터 내 인생이 꼬인 게 아닐까. (웃음) 결국 놓치고 만 그 영화가 말이죠.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였어요.” - ‘작품 운이 없는 편이다’고 한다. “기회는 많았어요. 제가 판단을 잘 못한 거죠. 그게 맞습니다.” - 한때 이정재가 나오는 멜로와 아닌 멜로로 구분… “그랬던가요. 2000년대 들어 도통 멜로물 출연이 없다며 의도적으로 피한 건 아닌가란 오해도 하시던데. 다만 인연이 닿질 않았을 뿐이에요. 게다가 멜로란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가 수적으로 줄기도 했고요. 전 멜로 연기하고 싶어요.” - 사랑을 하고 싶다? “마다하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남자는 철이 늦게 든다는 데 맞는 말인 듯해요. 아직 철 들어가는 단계일수도…사랑이란 감정을 불과 수년전인 서른 둘, 셋이 되서야 알게 됐죠. 사랑이었던 것 같다가 아니고 그것은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니까.” -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란 말이 그래요. 연배의 남녀라면 누구나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게 하죠.” - 세월의 흐름에 따라 끌리는 이성도 달라진다. “매력적인 여자. 분명한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누가 봐도 ‘예쁘다, 세련됐다’같은 객관적 기준이 아닌 나름의 주관적 시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죠.” - 일과 연애, 새해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드라마나 영화나 수적으로 현격히 줄어든 게 느껴져요. 배우가 느끼는 불황을 설명하자면 그렇습니다.” -모두가 각자 처한 상황에서 고민하는 부분이다. “정중동(靜中動)이란 말을 다시 새겨보게 돼요. 새해엔 해보고 싶었던 일을 조용히 실천하고 싶어요. 한동안 생각했던 시나리오가 있는데 이제 써보려고요.” -작가 변신? “(영화 제작자들이) 받아줘야 가능한 일이죠. (웃음) 남자 배우와 여가수가 주인공이고 함께 영화를 찍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줄거리예요. 묘하게 오가는 로맨스도(?) 있죠.” - 30대엔 현재의 직업이 아닌 다른 꿈도 한번쯤은 가져본다. “시간이 나면 그림을 많이 보러 다녀요. 배우가 되기 전엔 사실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죠. 고교 시절 미대에 가려고 준비도 했고요. 그러고 보면 대학 낙방이 인생을 뒤바꿔놓긴 했군요.” - 새해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될까. “즐겁게 일하기. 하는 일 최선을 다하기. 후회하지 않기.”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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