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우 작가의 연극 ‘태극기가 바람에’…“당신은 정말로 구원을 원하고 있습니까?” [공연]

입력 2022-06-22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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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정말 구원을 원하는가”.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연극 한 편이 대학로 무대에 올려진다.

연극 <태극기가 바람에>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막을 올린다. 최근 대학로 연극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신성우 작가의 희곡으로 만들어졌다.

극단 무아지경과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극발전소301 김성진 연출이 함께 했다.

극단 무아지경은 물질만능주의 세태를 비판한 연극 <물고기 남자>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극단이다. 연극 <허스토리>를 통해 신예극단으로서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화진포>, <너무 놀라지 마라>도 무아지경의 작품들이다.

연극 <태극기가 바람에>는 세상을 경멸하며 지하에서 노숙자로 살아가는 태극기 노인에게 스스로를 안기부요원이라 칭하는 젊은이가 나타나 007가방을 내밀며 “애국하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을 하며 시작된다.

현재의 한국 사회를 사는 우리는 온갖 종류의 증오를 목격한다. 편견, 차별, 비하, 혐오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는 사실 타인에 대한 증오다.

자유, 평등, 박애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이념에도 불구하고 증오는 점점 더 확대재생산 되어 가는 듯하다. 연극 <태극기가 바람에>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신성우 작가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구원의 기회는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이 선택의 순간만큼은 사회 구조 같은 외적 요인 탓을 할 수 없다. 적어도 이 정도의 선택은 어떠한 외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할 수 있어야 ‘개인’이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증오가 점점 확대재생산 되는 지금의 사회를 보면 닫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신 작가는 “<태극기가 바람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정말 구원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어쩌면 고통스러운 구원보다는 행복한 마비를 원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추측이 나를 두렵게 한다”고 했다.

김성진 연출가는 “이 작품을 읽고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만화 속 대사가 한 줄 떠올랐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다’라는 대사이다. 인간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기억되기 위해 삶을 살아간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사람은 그 방법이 설령 올바르지 않다 할지라도 이름을 남기고 죽길 원한다”라며 “극 중 세상에 기억되기 위한 두 가지 선택 앞에 놓인 태극기 노인을 통하여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종(태극기 노인), 김나윤 서은지(숙자씨), 윤관우 허동수(용가리), 이진샘(안기부 요원), 장재희(가출소녀), 유비(구데기)가 출연하는 연극 <태극기가 바람에>는 7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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