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지난 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IDEX 2025에 전시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L-SAM 다기능레이다(MFR).  사진제공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지난 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IDEX 2025에 전시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L-SAM 다기능레이다(MFR). 사진제공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의 차세대 고고도 요격 유도무기체계 L-SAM-II 개발 사업에서 다기능레이다(MFR·Multi-Function Radar) 시제품 개발을 수주하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 축을 담당하게 됐다. 수주 규모는 총 547억 원으로, 한화시스템은 L-SAM-II의 ‘눈’에 해당하는 고성능 탐지·추적 레이다를 본격 개발하게 된다.

한국군 복합다층방어체계 개념도. 사진제공 |방사청 

한국군 복합다층방어체계 개념도. 사진제공 |방사청 

●한국형 사드, 방어고도·범위 3~4배 향상
L-SAM-II는 기존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요격이 가능한 고고도 요격체계다. 탄도미사일 등 고속 고고도 위협체를 더 먼 거리에서 조기에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다기능레이다는 L-SAM-II의 핵심 구성 요소로, 표적 탐지·추적·식별·유도 등 전투 전 과정에 관여하며 방어체계의 눈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이번 레이다는 기존 M-SAM-II(천궁-II) 및 L-SAM 레이다 대비 탐지 및 추적 거리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고성능 시스템으로, 초고속으로 날아드는 탄도미사일은 물론 고고도 항공기까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고정밀 알고리즘이 적용돼 조류나 파편과 같은 비위협 물체를 걸러내는 능력도 높아졌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번 L-SAM-II 개발을 통해 한국형 다층미사일방어(KAMD)를 보다 촘촘하게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L-SAM-II가 최전방 고고도에서 선제 요격하고, 이어 M-SAM-II가 중거리에서 추가로 요격을 수행하는 다층 방어망을 갖춤으로써, 전방위 탄도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육·해·공 다기능레이다 전문기업 도약
한화시스템은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육·해·공 안보자산의 다기능레이다를 두루 개발·공급하는 전문기업으로서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앞서 M-SAM(천궁), M-SAM-II(천궁-II), L-SAM의 MFR을 성공적으로 개발·양산한 바 있으며, 해군의 차기 구축함(KDDX), 최신 호위함 FFX-III, 공군의 차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에 적용된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다도 한화시스템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대공유도무기체계에서 레이다는 단순한 탐지 기능을 넘어, 교전의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수십여 개 표적을 동시 탐지·추적하며, 피아식별과 미사일 유도 명령을 처리하고, 위협도를 실시간으로 판단해 요격 우선순위를 배정하는 기능까지 모두 레이다가 수행한다. 이번 L-SAM-II MFR 개발은 단순 기술 적용이 아닌, 전술·작전 개념과 정밀 기술이 융합되는 고난도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박혁 한화시스템 DE(Defense Electronics) 사업부장은 “레이다는 대공 방어 무기체계의 핵심 장비로, 다변화하는 공중 위협에 우리 군이 완벽히 대응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성능 레이다를 지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