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뽀 앞에 시련은 없다.’ 특전사 하사관 출신의 경륜선수 안효운은 불굴의 정신력을 앞세워 암을 이겨냈다. 세 번의 수술을 받고 벨로드롬에 다시 선 그는 “경륜선수라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3년 전 방광암…3차례 수술 끝에 완치
“다 나았지만 나이 탓인지 체력적 부담”
인터벌 훈련 주력…최근 특선급 승급
경륜선수 안효운(38)의 별명은 ‘무대뽀’다. 무모하다싶을 정도의 저돌적인 경주 스타일 때문에 붙었다. 비선수 출신이다 보니 세련된 조종술이나 안정된 레이스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승리 세리머니도 유별나다. 추입이나 젖히기로 막판 극적인 역전 우승을 하면 불끈 쥔 두 주먹을 하늘로 뻗으며 광명 스피돔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로 환호성을 지른다. 이런 ‘무대뽀’ 정신은 경기장 밖에서도 빛났다. 세 차례 수술 끝에 방광암을 이겨냈다. 독기로 똘똘 뭉친 안효운을 ‘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에 초대했다.
-암 투병 과정에 대해서 알려 달라.
“3년 전 쇄골에 박힌 핀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3, 4, 5개월 간격으로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재발이 걱정돼 6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받았는데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했다.”
-최근 특선급으로 승급했다.
“매년 우수급과 특선급을 오갔기 때문에 담담하다. 이번엔 최대한 오래 특선급에서 버티는 것이 목표인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병은 다 나았지만 나이 탓인지 체력이 달리는 걸 느낀다. 이 때문에 훈련도 200m 짧은 인터벌 훈련에 주력한다. 훈련량에 비해 성적을 잘 내 주변에서 실전용 선수라고 한다.”
-어떻게 경륜선수가 됐나.
“사실은 경정과 먼저 인연을 맺을 뻔 했다. 특전사 하사관 전역 후 경정 심판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그러던 중에 경륜선수로 활동 중이던 친형(안효동·6기·은퇴)의 권유로 경륜에 입문하게 됐다. 독하게 마음먹고 3개월간 훈련에 매진했고, 50명중 49등으로 8기 선수후보생이 될 수 있었다.”
-14년간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는.
“날짜도 잊지 않는데 2003년 6월7일 창원 경주다. 그날 젖히기를 통해 처음으로 입상했다. 아마 시절을 거치지 않아 전문적인 주행 기술이 많이 처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당시 젖히기 훈련을 많이 했는데, 실전에서 통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입상하니 날아갈 듯 기뻤다. 그 경주에서 자신감을 얻어 젖히기를 내 특기로 삼게 됐다.”
-아내는 어떻게 만났나.
“2001년 10월 실격 제재와 쇄골 부상으로 6개월 동안 쉴 때 만났다. 양가 부모님이 친하셔서 사돈을 맺자며 우리를 연결시켰다. 2년간 연애 후 2003년 4월 결혼해 11살, 5살의 두 딸을 두었다. 아내가 해주는 낙지요리와 추어탕은 최고의 보양식이다.”
-취미와 목표는.
“취미는 스킨스쿠버다. 지난해 특전사 동기들과 시작해 자격증도 땄다. 즐기면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게 목표다. 경륜 선수라서 정말 행복하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