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커지고 턱 튀어나오면 ‘말단비대증’ 의심

입력 2023-04-0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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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비대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희준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교수. 유 교수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각종 대사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어 의심되는 외관상의 변화가 있을 때 빨리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중앙대 광명병원

말단비대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희준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교수. 유 교수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각종 대사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어 의심되는 외관상의 변화가 있을 때 빨리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중앙대 광명병원

흔히 ‘거인증’으로 불리는 질환
특정 호르몬 과다 분비가 큰 원인
방치 땐 심혈관질환·당뇨 등 동반
위험성 커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
지난 2월, LA올림픽 여자농구에서 은메달을 딴 농구스타 김영희씨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김영희씨는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성장호르몬의 과도한 분비 때문에 신체와 장기가 커지는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고 30년 이상 투병했다. 흔히 ‘거인증’으로 불리는 이 질환으로 고생하는 동안 치료비용으로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외모 변화 외 장기와 대사도 영향

뇌하수체는 두뇌의 거의 정중앙부에 위치하는 뇌조직이다. 크기가 약 1cm 미만으로 작은 조직이지만 우리 몸 전체 호르몬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 발달부터 신체 대사, 임신과 출산, 수유에 이르기까지 뇌하수체는 굉장히 다양한 생리적 활동에 관여한다.

이러한 뇌하수체에서 생기는 뇌하수체 종양은 약 10만 명 당 3명의 발생률을 나타내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대부분 양성이며 악성은 흔하지 않다. 종양 자체가 호르몬을 분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기능성 및 비기능성으로 구분하게 된다. 비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종양의 크기 증가가 주된 문제가 되며 주변 조직들의 압박으로 인한 시력감소, 뇌하수체 기능저하, 복시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크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 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주된 문제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기능성 뇌하수체 종양 중 대표적인 것이 김영희씨가 앓았던 성장호르몬 분비 뇌하수체종양이다. 성장기에 발병하면서 호르몬의 과도한 작용으로 키 등 신체 조직이 급속히 커지기 때문에 ‘거인증’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성장기 이후에도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신체의 말단 부위인 코, 턱, 손, 발의 골격이 커져 말단 비대증이라고 부른다.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말단비대증은 특징적인 외형 변화를 갖고 있다. 주로 이마 및 턱이 튀어나오게 되며 손발이 크고 두꺼워진다. 성대의 변화로 목소리도 쉬거나 굵어질 수 있다. 말단비대증의 심각한 문제는 이런 외모의 변화뿐 만 아니라 체내 장기 및 대사작용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선 환자 중 당뇨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심장비대, 심부전 및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의 빈도 역시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래서 말단 비대증은 이에 관련된 치료가 꼭 필요하다.

유희준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말단비대증의 특징적인 증상은 외형변화”라며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이마와 턱이 튀어나오고 손과 발 역시 커진다”고 설명했다.

중앙대광명병원 전경

중앙대광명병원 전경



●성장호르몬 과도 분비 치료

말단비대증 치료의 목표는 성장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를 해소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통한 완전 절제를 실시하지만, 수술만으로 완치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약물치료를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 밖에 방사선치료를 통해 추가로 종양 크기의 감소 및 재발 방지를 꾀할 수도 있다.

말단비대증은 외관뿐만 아니라 각종 대사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고 나아가 사망 위험성도 커지는, 가볍지 않은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다양한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고 이후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에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진료를 고려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유희준 교수는 “말단비대증은 본인의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각종 대사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의심되는 외관상의 변화가 있을 때 빨리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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