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아티스트 퍼니준이 6월 한달간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진행되는 종로구 주최 소주게임뎐 오프닝 행사에서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이 6월 한달간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진행되는 종로구 주최 소주게임뎐 오프닝 행사에서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서울 종로 한복판이 ‘소주’로 물들었다. 음주를 넘어 한국의 독특한 술자리 문화와 태도를 예술로 해석한 전시 ‘소주게임뎐’이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6월 한 달간 펼쳐진다.

작가는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본명 김완준). 전시 제목부터 독특한 이 프로젝트는 거리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변모시켰다. 쉘터에는 대형 양면 작품 22점이 걸리고, 바닥엔 윷놀이를 연상케 하는 게임판 ‘주류마블’이 깔렸다. 가로등마다 달린 25조의 일러스트 배너는 도시 풍경을 유쾌하게 흔든다.

퍼니준은 한국인의 술 문화를 ‘태도의 예술’이라 본다. “단순히 마시는 게 아니죠. 잔을 주고받는 손의 위치, 고개를 돌리는 방향까지 모두 하나의 규칙이에요.” 그는 이런 ‘소주의 방식’을 정리한 책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을 2021년에 펴냈다. 이 책은 술자리 예절을 10단계로 정리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이다. 거리 전체를 책처럼 읽히도록 구성했고, 작품에는 모두 QR코드를 삽입해 지역 상권과 연결되도록 했다.
전시를 관람한 뒤 매장을 방문해 “전시 보고 왔어요”라고 말하면, 술자리용 게임 보드인 ‘주류마블’을 받을 수 있다.

6월 한달 간 진행되는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의 ‘소주게임뎐’. 종로1가에서 3가에 이르는 1km 구간 가로등에는 일러스트 배너 25조가 걸렸다.

6월 한달 간 진행되는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의 ‘소주게임뎐’. 종로1가에서 3가에 이르는 1km 구간 가로등에는 일러스트 배너 25조가 걸렸다.



● 상점 의자도, 오토바이도…모두 작품의 일부
전시는 갤러리에서 벗어나 거리로 나왔다. 퍼니준 작가는 “상점 앞에 놓인 의자, 배달 오토바이, 풍선 배너까지도 모두 작품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다. 작품 일부는 통행을 위해 말아 올려졌지만, 그는 이를 ‘공공 전시의 현실’이자 ‘도시 예술의 일상화’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쉘터 아래 놓인 의자나 포장 용품은 거리의 풍경과 맞물려 전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이번 ‘소주게임뎐’은 종로구와 상인회의 협업으로 기획된 첫 거리문화 프로젝트다. 행정기관, 예술가, 상권이 함께 만든 이 조합은 전시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전시 자체가 ‘주도(酒道)’를 경험하는 체험이 되도록 했다. 오프닝 행사에서는 소주 게임 퍼포먼스와 함께 ‘소주댄스’ 공연도 펼쳐져 주목받았다.

퍼니준은 한국 술 문화를 언어화·시각화하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K-드링킹 컬처 세션’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외국인이 함께 소주를 마시며 예절과 문화를 체험하는 워크숍을 진행 중이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주 랩소디>에도 주요 인물로 출연했다.

해외 전시도 준비 중이다. 일본, 프랑스, 미국, 멕시코, 크로아티아 등에서의 전시가 예정돼 있고, 영어판 책 출간도 앞두고 있다. 그는 “와인에 스월링(swirling)이 있다면, 한국 술에는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가 있다”며 “K-팝, K-드라마에 이어 K-드링킹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