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뤼튼’에 요청한 경주 풍경 이미지. 사진제공ㅣ반크

생성형 AI ‘뤼튼’에 요청한 경주 풍경 이미지. 사진제공ㅣ반크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생성형 AI 속 경주 관련 역사·문화유산 오류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분석하는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반크는 국가정책제안플랫폼 ‘울림’을 통해 청소년·청년들이 직접 발견한 경주 관련 AI 오류 사례를 공개하고, 이를 예방·시정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함께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AI 서비스 확산 속에서 경주의 역사와 문화유산 정보가 왜곡·축소되는 문제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 확산과 ‘주권 AI’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 인공지능(AI)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중국과 더불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반크는 한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과 기술적 주권 확보를 넘어 AI 속에서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온전히 구현·보호되는 ‘정체성 주권’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생성형 AI 데이터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한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왜곡되지 않고 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소년·청년들이 직접 발견한 오류 사례는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반크 한국홍보대사 교육에 참여한 주은(닉네임) 씨는 생성형 AI ‘뤼튼’에 경주 풍경 이미지를 요청했으나 실제 경주와는 전혀 다른 장면이 생성되는 오류를 발견했다. 그는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 한문화의 멋과 역사를 느낄 수 있게 경주의 풍경을 묘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물은 경주의 역사적 정체성과 괴리된 이미지였다. 특히 AI가 생성한 장면에는 일본식 목탑 구조의 특징을 반영한 비현실적 석조 구조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AI 이미지 생성기는 관광 홍보와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역사 고증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서연 씨는 구글 AI ‘Gemini’를 통해 첨성대 이미지를 요청했으나, 실제 부채꼴 모양의 돌을 27단으로 쌓아올린 구조가 아닌 화덕과 유사한 형태로 왜곡된 이미지를 확인했다. 그는 “경주의 대표 유산이 잘못 구현되면 외국인에게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국가유산청의 실제 이미지를 기반으로 AI를 학습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서현 씨는 ChatGPT에 불국사 다보탑 이미지를 요청했으나 실제 다보탑이 아닌 불국사 경내의 삼층석탑(석가탑)을 연상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는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 문화유산의 고유한 구조와 조형미가 다르다는 점을 AI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혜원 씨는 ChatGPT에 석굴암 석굴의 이미지를 요청한 결과 본존불의 오른손이 땅을 향하는 대신 손바닥을 위로 들고 있는 등 잘못된 자세가 구현됐으며, 본존불 뒤에 배치되어야 할 불교 8신장 조각상도 생략되는 오류를 발견했다. 그는 AI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정정 작업을 진행했지만 개인 차원의 정정 시도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정기적 점검과 오류 시정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경주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생성형 AI 속에서 왜곡·축소되는 사례는 지역 단위별 체계적 검증과 시정 체계 구축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반크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다 구체적인 생성형 AI 오류 점검과 개선 방안을 담은 ‘경주 AI 정책보고서’를 곧 발표하고, 전국 각지로 범위를 확대해 생성형 AI 왜곡 대응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경기도 AI 정책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 반크는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AI 속에 온전히 구현·보호하는 ‘정체성 주권’을 확립하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전역으로 정책을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경주 한 지역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 AI 정보 검증·교정 체계 구축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단위에서 시작된 생성형 AI 점검이 지자체별 정체성과 문화유산 데이터를 포괄하는 종합 관리 체계로 확대될 때, 우리 사회 전체의 AI 정보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특히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공지능 3대 강국(AI G3)’ 도약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단순한 기술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AI 속에서도 우리 역사·문화·정체성을 지켜내는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이 아니라 청소년과 시민이 직접 참여해 AI 속 정보의 정확성을 감시·개선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은 향후 전국 단위의 AI 정보 관리 체계로 발전할 것이며, 한국이 AI 시대에 기술 강국을 넘어 ‘책임 있는 AI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소영 반크 연구원은 “이번 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들은 AI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고 어떤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가의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며, “현재 생성형 AI의 학습 데이터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경주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이 일본식 건축 양식이나 왜곡된 형상으로 대체되는 것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경주를 시작으로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AI 학습 데이터를 보완한다면 이는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AI 문화정책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한국이 기술 강국을 넘어 문화와 정체성까지 지켜내는 AI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은 이런 작은 지역 단위의 점검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