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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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로 알리기 경험 넘어…국제사회 속 아프리카 편견 시정까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해외 교과서 출판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아프리카 관련 서술 문제에 대해 시정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답변은 반크가 2025년부터 추진해 온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의 첫 해외 교과서 시정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크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형성된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서술 구조를 점검하며 다양한 시정 활동을 진행해 왔다. 생성형 인공지능 응답에서 나타나는 아프리카 편향 사례를 분석하고, 세계 지도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실제 크기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는 ‘이퀄 어스(Equal Earth) 도법’ 확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정보 환경 전반을 점검해 왔다. 또한 2025년 7월에는 영어권 사전에 담긴 아프리카 관련 단어의 편향적 정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수정 검토를 끌어낸 바 있다.

특히 반크는 2025년 5월 국내 초·중·고 교과서에 나타난 아프리카 관련 서술을 분석하고 교육부에 공식 시정을 요청했다. 그 결과 같은 해 9월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8종에서 아프리카를 빈곤과 기아 중심으로 묘사하던 서술이 완화되고, 현대적 발전 모습과 한국과의 교류 내용이 확대되는 개선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는 한국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세계 인식 형성 과정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단편적 이해를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교육적 성과로 평가된다.

반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주요 세계사 교과서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1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미국 주요 출판사(Pearson, McGraw Hill)의 세계사·지리 교과서와 AP(World History) 시험 대비 교재 등 다양한 교육 자료에서 아프리카 관련 편향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Pearson 출판사의 『World Cultures: A Global Mosaic』에서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을 설명하면서 “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해 사건의 출발점을 유럽의 시각에 두는 서술 구조가 나타났다. 또한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삼은 이유를 “기후에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식민지 지배 정당화 논리였다는 비판적 설명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동일 출판사의『The Heritage of World Civilizations』 교과서에서는 노예무역이 아프리카 사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신대륙 문화가 노예무역을 통해 “풍요롭게(enriched)” 되었다는 표현을 반복해 폭력의 역사적 성격이 완화된 언어로 전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반크는 각 교과서의 구체적인 페이지와 문제 서술을 정리해 출판사에 전달하며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 아프리카 내부의 정치사상과 저항운동, 지식인 역할 등 역사적 주체성 확대 서술
▲ 노예제 폐지와 탈식민화 과정에서 아프리카 주도의 투쟁과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
▲ 역사적 사건을 외부 중심 서술로 축소하지 않도록 용어와 서술 구조 재검토
▲ 현대 아프리카 국가의 정책·지역 협력·발전 노력 등 동시대적 내용 확대

이에 대해 Pearson 출판사 측은 “콘텐츠 팀이 제안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판본에서 수정이 이루어질 것(The content team is reviewing your suggestions and fixes will be made in any future releases of the titles)”이라고 답변했다. 반크는 특히 “fixes”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에 주목하며 실제 개정판에서 시정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긍정적인 답변은 다른 해외 교과서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시정 활동을 추진하는 데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크는 향후 해당 교과서의 새로운 판본이 발간될 경우 아프리카 관련 서술이 실제로 수정되었는지 지속해서 확인하고 후속 점검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반크는 이전에도 해외 유명 교과서와 세계지도 속 한국 관련 오류 시정 및 한국 관련 서술을 확대한 경험이 있다. 

돌링 킨더슬리(DK), 월드아틀라스(World Atlas),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 세계적 출판사 및 지도 제작사들이 반크의 요청에 따라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동해를 추가하겠다는 이메일 답변이 왔고, 이후 출판되는 신규 교과서에 동해가 반영되고 있다. 또한 반크는 직지 등 한국의 문화유산도 외국 교과서에 새롭게 등재시켰다.

8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Crow Museum of Asian Art)에서 확인된 지명 오류를 시정 요청해 해당 기관이 이를 공식 인정하고 ‘East Sea(동해)’ 표기 반영을 약속한 바 있다.

반크에 따르면 활동 초기 세계 지도와 데이터베이스에서 ‘East Sea’ 병기 비율은 약 3%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40% 이상으로 확대됐다.

반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국제사회 속 아프리카 관련 편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술 시정 활동을 진행한 반크 이세연 청년연구원은 “교과서를 분석하면서 단어 하나의 선택이 독자의 인식과 세계관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다”며 “외부의 시선으로만 설명되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과거 국제사회에서 왜곡된 이미지로 소개되던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처음 배우는 세계사 속에서 다양한 지역이 균형 있게 이해될 수 있도록 교과서 서술을 지속해서 점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국내 교과서에서 아프리카 서술 개선을 끌어낸 데 이어 해외 출판사로부터도 인식 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시작”이라며 “그동안 한국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속 다양한 편견과 왜곡을 바로잡는 공공외교 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크는 앞으로도 해외 교과서와 교육 자료, 디지털 플랫폼을 대상으로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