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대표팀의 2008베이징올림픽 본선 동반탈락으로 한국배구는 사상 최악의 난국을 맞이했다. 배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본선에 남녀 모두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대한배구 협회는 10일 상무이사회를 개최해 난국 타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현 대표팀 사령탑들은 교체될 전망. 남녀 강화이사들이 최근 사석에서 “사의가 필요하다”는 내부 방침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중탁 남자 감독과 이정철 여자 감독의 임기가 올림픽 예선까지. 하지만 당장 14일 월드리그가 시작되기 때문에 남자팀 감독 교체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게 협회가 직면한 또 다른 딜레마다. 재정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탓에 대표팀 감독의 ‘전임제’를 실시하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김형실 전무이사는 “각급 대표팀 스태프 인건비만 약 5억원이 든다”며 “회장이 받아오는 지원금으로 꾸려가는 협회는 ‘전임제’를 채택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결국 ‘대표 감독은 파리 목숨’이란 사실만 재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이 협회에만 있을까. 한국배구연맹(KOVO)과 프로 구단의 비협조도 이번 실패에 한몫 했다. KOVO는 올림픽 예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스폰서와 각 구단 홍보를 위해 리그 일정을 늘렸고, 일부 여자팀은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선수들을 부상을 이유로 무단이탈시키는 추태를 보였다. 협회가 내린 ‘1년 출전 정지’는 대표팀 발목을 잡는 것에 불과해 이를 구단이 악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한 배구인은 “출전정지의 피해는 협회가 입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월드리그를 앞두고 한 구단은 협회에 대표선수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최근 배구계 자성의 목소리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선수들의 맥 빠진 경기력도 지적할 부분이다. 팀당 7라운드씩 치르다보니 컨디션 유지가 힘들긴 해도 태국 등 약체에 허덕이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프로 출범 4년 동안 발전은 커녕 국제 흐름에 뒤처지는 모습에서 희망은 찾기 어려웠다.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에 처한 한국 배구의 발전은 협회-연맹-구단의 ‘삼자 협력’없이는 요원하기만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