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석“얄미운1안타”…9회말2사후에내야안타허용

입력 2008-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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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스코어는 이미 11-0으로 KIA가 일방적으로 앞선 상황. 승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이때까지 KIA 선발투수 이범석(23)이 삼성타선에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무실점으로 역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두타자는 대타 양준혁. 그러자 대구구장 팬들은 “양준혁 양준혁”을 외쳤다. ‘노히트노런을 깨라’는 주문이었다. 양준혁의 타구는 3루선상을 타고 흐르는 땅볼. 3루수 김주형이 공을 한 차례 떨어뜨렸지만 세이프가 되면 내야안타를 충분히 줄 만한 타구였다. 김주형은 급하게 공을 주워 던졌고 양준혁은 젖먹던 힘을 다해 내달렸다. 팬들이나 양팀 선수들이나 침을 삼키며 모두 숨을 죽인 상황. 오훈규 1루심이 힘차게 아웃을 선언했다. 이범석은 모자를 벗고 땀으로 범벅된 얼굴 사이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3번타자 최형우는 헛스윙 삼진. 이제 노히트노런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았다. 상대타자는 삼성의 새로운 4번타자 박석민. 동갑내기지만 이범석이 청주기계공고 3학년 때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하기 위해 1년을 쉬면서 프로입단은 1년 차이가 난다. 박석민은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4년, 이범석은 2005년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볼카운트 0-1에서 바깥쪽 낮은 139km 슬라이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지만 박석민의 방망이가 돌았다. 양준혁의 타구와 비슷한 코스지만 약간 더 깊은 타구. 이번에는 3루수 김주형이 곧바로 잡아 던졌다. 박석민은 1루를 밟고 지나갔고, 오훈규 1루심은 여기서 양팔을 벌렸다. 3루수 내야안타.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려던 KIA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쥐었고, 이범석은 중견수쪽으로 돌더니 허리를 굽히고 다리를 붙잡으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범석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노히트노런이 아쉽게 실패했지만 1안타 5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시즌 5승째(5패). 투구수 122개였으며 이날 최고구속은 152km였다. 자신의 최고구속은 155km. 이범석은 “박석민이 나에게 강해(전날까지 2루타 2개 포함 3타수 3안타), 볼넷으로 내보내고 다음타자를 상대하려고 했는데 볼인데 쳐서 내야안타가 됐다. 노히트노런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8회 1사후 전광판을 보고 알았다. 아쉽지만 완봉승으로 만족한다. 오늘은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 전력피칭을 했다. 삼성타자들 배트 스피드가 느린 것 같아 직구 위주로 던졌다. 올 시즌 5승이 목표였는데 목표는 채웠으니까 100이닝 넘게 투구하고 팀에 꼭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나한테 기회가 오면 노히트노런을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처음 베이스를 맞는 줄 알았는데 베이스를 맞지 않아 세이프가 될 줄 알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역대로 9회 2사후에 노히트노런이 깨진 것은 2차례 있었다. 김수경이 현대 시절인 2000년 7월 16일 수원 해태전에서 9회초 2사후 지저스 타바레스가 기습번트로 2루수 내야안타를 만들면서 야구 불문율 논란이 벌어졌다. 조계현은 해태 시절인 93년 4월 11일 광주 LG전에서 9회말 2사후 송구홍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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