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10년농사신인드래프트
요즘 NBA는 야구로 치면 스토브리그다. 지난 달 전력보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신인 드래프트가 있었고, 1일(한국시간)부터는 프리에이전트들의 계약이 시작됐다. NBA에서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즉시 전력은 1라운드 10번 내외의 선수들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역시 전체 1번이다. 1번을 잘 뽑으면 FA로 이적하지 않는 한 10년간을 항상 플레이오프 팀으로 만들 수 있다. 올해 NBA 드래프트 1번으로 멤피스 대학 1년을 마친 포인트가드 데릭 로즈(189cm)가 시카고 불스에 선발됐다. 시카고는 캔자스 스테이트의 파워포워드 마이클 비슬리(203cm)와 저울질 끝에 로즈를 택했다. 로즈는 기록 면에서 비슬리에 훨씬 뒤진다. 로즈는 경기당 14.9득점, 4.7어시스트, 4.5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비슬리는 1학년생으로 한시즌에 28차례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을 작성했을 정도로 경기당 26.2득점, 12.4리바운드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객관적인 면에서 비슬리가 월등히 앞섰지만 시카고 불스는 포인트가드를 원했다.
○ 시카고는 왜 로즈를 택했나
시카고는 1998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마지막 우승을 하고 팀을 떠난 뒤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조던 이후 전력 보강을 위한 물갈이 시기를 놓친 탓이었다. 6년 연속 ‘노 플레이오프’ 팀으로 전락했고 시즌 평균 19승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동네북이 돼버렸다. 2004-2005시즌 드디어 시즌 47승을 거두며 7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벤 고든, 커크 하인릭, 루올 뎅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현역 시절 악착같은 플레이로 이름을 날렸던 스콧 스카일스(밀워키 벅스)의 지도력도 젊은 선수들과 맞아 떨어졌다.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조던 이후 처음으로 우승에 도약할 수 있는 전력을 과시했다.
특히 2006-2007시즌에는 49승을 거두며 콘퍼런스 준결승전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2승4패로 졌지만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2007-2008시즌 초반부터 갈짓자 행보를 보이더니 성적부진으로 스카일스 감독이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플레이오프도 탈락했다. 시즌 후 90년대 중반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가드로 활약했던 비니 델 네그로를 감독으로 영입하는 등 팀 정비에 착수했다. 로터리 픽에서 행운의 1번 지명권을 잡아 포인트가드 로즈를 지명해 확실한 전력보강을 했다.
1947년에 시작된 NBA 드래프트 사상 가드가 1번 지명을 받기는 로즈가 세번째다. 첫번째는 79년 NBA 사상 최장신 가드(206cm)였던 매직 존슨(LA 레이커스)이었고, 두번째는 1996년의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76ers)이다. 가드의 1번 지명은 12년 만이다.
드래프트 1번에서 포지션별로는 센터가 압도적으로 뽑힌다. 시카고의 현 전력은 코트의 사령관 포인트가드가 절실한 실정이다. 현 포인트가드 커크 하인릭은 외곽슈팅은 좋지만 돌파력이 떨어진다. 로즈는 개인기, 돌파력, 수비, 외곽슛 등 포인트가드로서 모든 장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시카고 출신인데다 멤피스 대학을 NCAA 결승전에 진출시킨 리더십도 크게 고려됐다. 로즈의 에이전트는 시카고 불스에서 마이클 조던과 첫번째 3연패를 이뤘을 때 가드 B J 암스트롱이다. 로즈에게는 암스트롱이 단순한 에이전트가 아니다. 거의 ‘멘토’수준이다.
로즈는 드래프트된 뒤 6월27일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시카고 화이트삭스 인터리그에 앞서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시구를 했다. 시카고 시민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절대적이다. 팬들은 조던 이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 희비 엇갈리는 드래프트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는 팀 전력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종종 판단 미스로 오히려 전력이 뒷걸음치는 경우도 있다. 97년 드래프트를 보자. 97년 최하위 팀은 밴쿠버 그리즐리스(현 멤피스)로 14승68패를 마크했다. 꼴찌에서 두번째가 보스턴 셀틱스로 15승67패였다. 샌안토니오는 20승62패로 드래프트 로터리(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16개 팀이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1위를 뽑을 확률은 15.6%에 불과했다. 최하위가 25%, 그 다음이 19.9%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운좋게도 1번 지명권을 획득했다. 샌안토니오가 뽑은 선수가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을 나온 파워포워드 겸 센터 팀 던컨이다. 샌안토니오는 던컨과 함께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90년대 이후 최악의 1번 드래프트로 98년 LA 클리퍼스가 뽑은 마이클 올라와콴디, 2001년 워싱턴 위저즈의 콰미 브라운이 꼽힌다.
전력보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5년 밀워키가 지명한 앤드류 보것과 2006년 토론토 랩터스가 뽑은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바냐니도 썩 신통치 않다. 모두 센터 겸 파워포워드들이다.
이삭줍기로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다. 대표적인 게 1984년 드래프트 3번으로 지명된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노스캐롤라이나)이다. 당시 1번은 휴스턴의 센터 하킴 올라주원(휴스턴 대학)이었고, 2번이 두고두고 문제가 된 지명이다. 포틀랜드는 켄터키 대학 출신의 센터 샘 보위를 지명한 것. 조던을 지명한 시카고는 통산 6차례 NBA 정상에 올랐고, 포틀랜드는 4년 후 보위를 버렸다.
2005년 드래프트에서도 3번 데런 윌리엄스 4번 크리스 폴(이상 포인트가드)을 택한 유타 재즈와 뉴올리언스 호네츠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1번 보것을 택한 밀워키는 PO도 진출하지 못하고 감독도 경질됐다.
LA=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