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감독,“정신없을정도로기뻐”

입력 2008-12-07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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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 부임 첫 해인 2004년 이후 꼬박 4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다시 올라선 차범근 수원 감독(55)이 들뜬 우승 소감을 밝혔다. 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7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의 프로축구 삼성하우젠 K-리그2008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2-1로 승리, 종합전적 1승1무로 통합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지난 10월 삼성하우젠컵2008 결승에서 전남드래곤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수원은 K-리그까지 제패하며 올 시즌 ´더블(2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우승 세레머니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차 감독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정신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최고의 경기였고 모든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한다. 선수들이 우리가 챔피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사실 차 감독으로서는 이날 우승이 무엇보다 가슴에 와닿을 수밖에 없다. 1998프랑스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한 뒤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정몽준)로부터 현지 경질이라는 수모를 당한 차 감독은 K-리그 승부조작설을 흘렸다가 5년 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이후 차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감독과 TV해설자 등의 야인 생활을 이어오다 2004년 수원에 부임, 포항스틸러스를 꺾고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화려하게 축구계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듬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고, 끝없이 추락하는 팀 성적으로 인해 서포터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2006년과 2007년 정상고지를 눈앞에 두고 치른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일화, 포항에 연달아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 동계훈련에서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던 차 감독과 선수들은 전반기 리그와 컵대회 18경기 연속무패(15승3무)로 주가를 올렸지만, 선수들의 부상과 이로 인한 연패로 또다시 추락하는 듯 했다. 그러나 차 감독은 기존의 보수적인 지도 스타일에서 ´변화´를 꾀했고,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승리로 올해를 마감하며 그동안 그늘졌던 얼굴에 활짝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첫해는 어영부영 우승해 기분을 못 느꼈는데 오늘은 정신이 나갈 것 같이 기쁘고 행복하다"며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런 기억들이 오늘의 기쁨을 더 크게 만든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올 한해는 감독으로서 많은 공부를 했다. 선수들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고 그들의 말을 존중했다"며 자신의 믿음과 신뢰가 선수들의 활약으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주력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모기업(삼성그룹)이 어려워지는 등 힘든 여건이 이어졌다"며 "팀이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을 때 6명의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굉장히 많이 걱정했는데 그게 맞아떨어졌고 컵대회와 리그 챔피언으로 귀결됐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감독으로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19일 정규리그를 마친 뒤 3주 간의 휴식에 들어간 수원을 두고 전문가들은 그들이 경기력을 얼마만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원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후반 중반까지 서울에 0-1로 끌려가며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지만, 곽희주(27)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무승부로 끌고갔고, 홈에서 치른 이날 경기에서 에두(27, 브라질)와 송종국(29)의 활약에 힘입어 결국 승리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차 감독은 "사실 나도 답이 안나오더라. 대학팀과 연습경기 3차례가 전부였을 뿐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막막했다"고 어려움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4일 정도 휴식을 부여했고, 회복훈련을 3일 간 한 뒤 경주로 합숙을 떠났다. 체력과 전술 보완 및 유지에 중점을 뒀지만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실패한 전철을 밟을 것 같아 훈련강도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차 감독은 "1차전에서는 공수감각이 떨어진 모습이 드러났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에 후반이 올라오며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선수들에게 계속 자신감을 부여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우리팀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플레이오프로 인해 다른 우승팀을 배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꼭 이겨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끝으로 수원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차 감독은 "아직 구단과 재계약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며 재계약을 마친 뒤 향후 팀 운영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입장에서는 항상 부족하지만 올 시즌 선수들이 굉장히 잘해줬다. 몇몇 포지션에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하다. 내년 AFC챔피언스리그 출전 전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올 시즌 우승과 버금가는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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