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세돌 고개’를 넘을 수 없는가. ‘신·구 속기 대결’에서 이세돌이 강동윤을 제압하고 ‘묵은 생강’의 위력을 과시했다. 22일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결승 5번기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이 강동윤 8단에게 12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승1패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결승 4국은 이세돌 명인의 진가를 확인시켜 준 명국이었다. 초반부터 흉내바둑을 들고 나와 바둑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이9단은 강8단이 천원(흑15)에 두면서 흉내바둑을 깨자 흑집으로 곧장 쳐들어가 본격적인 몸싸움을 시작했다. 중반에 묘한 응수타진으로 전단을 마련한 이9단은 우하귀에서 대마를 포획해 승세를 구축했다. 좌변에서 수를 내며 강8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결승4국을 승리하면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9단은 강8단과의 통산전적에서도 8승4패로 한 발 더 앞서 가게 됐다. 전년 대회에서도 이9단은 조한승 9단에게 3대 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로써 도합 10번기를 벌이는 이세돌·강동윤의 대결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머지 1패를 안고 있는 천원전을 치르게 됐다. 이9단은 대국 직후 시상식에서 1억원의 우승상금과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준우승한 강8단은 3000만원의 준우승상금을 받았다. 한편, 준우승한 강8단은 하이원배 명인전 결승 진출로 한국기원 승단규정에 의해 국내 49번째 9단으로 승단했다. 결승대국이 펼쳐지는 동안 서봉수 9단을 비롯해 황원준 백성호 조대현 김영환 김만수 등이 지역 바둑팬들을 위한 지도 다면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원리조트와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은 총규모 7억5000만원, 우승상금 1억원으로 국내 최대규모다. 예선전을 거쳐 10명의 선수가 본선 리그를 벌여 본선 1,2위를 차지한 기사가 결승 5번기로 패권을 다툰다. 【정선=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