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못한KBO이사회,‘낙하산반대’말도못꺼내

입력 2008-1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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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차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선임 문제가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유력 후보였던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외압을 못 견뎌 낙마하면서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자천타천 대타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는 롯데를 제외한 7개 구단 사장들이 참석한 KBO 이사회가 열렸다. 신상우 총재의 사퇴 표명으로 총재직무대리가 된 하일성 사무총장의 주재로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는 차기 KBO 총재 인선 문제를 논의했으나 ‘야구에 애정 있고, 야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덕망 있는 인사를 모시기 위해 좀더 시간을 갖고 협의하자’는 원론만 재확인됐다. 16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사실상 추대된 유 이사장이 22일 돌연 자진사퇴를 선언한 여파로 ‘애초부터 뚜렷한 결론을 얻기 힘든 이사회였다’는 예상 그대로다. 이사회 결과를 직접 브리핑한 하 총장은 “총재직을 희망하는 분들이 일정기간 자신의 공약 등을 제시하고 KBO는 이런 분들을 상대로 공모하는 방안도 나왔다”며 “오늘 나온 여러 의견을 종합해 다음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 총장은 이어 “차기 이사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할 1월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대로 KBO 이사회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고, 논의 자체가 기약 없이 늘어짐에 따라 후임 총재를 둘러싼 야구계의 혼란은 정치적 외풍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될 전망이다. 당장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끝내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간다면 이를 주도한 유인촌 문화부 장관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정치적 논란의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야구인들과 팬들의 우려대로 여권 인사들이 실제로 차기 KBO 총재직 쟁탈전에 적극 가세할 경우 정치적 공방의 가속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3년만에 다시 ‘민선’ 총재를 추대하려던 야구계의 순수한 노력도 정치적 논란의 격화에 파묻혀 심각히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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