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가는티켓을끊어주오~

입력 2009-04-12 11: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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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로 큰 대회를 앞둔 축구 국가대표 예선전에서 많이 나오던 말인데, ‘월드컵 본선 티켓을 차지했다’, ‘마지막 한 장의 티켓을 놓고 다툰다’ 뭐 대충 이런 말들. 참 오래도 우려먹는 식상한 표현 중 하나인데, 순진했던 그때는 진짜 그런 티켓이 있는 줄 알았다. 꼭 그 티켓에는 본선국으로 가는 비행기 승차 허가증이 포함되어 있는 것만 같은 뭐 그런.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에는 실제 티켓을 받아들고 성적이 상승한 선수들이 있어 화제다. 1군 엔트리에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과 함께하지 못하고 감독의 버림을 받아 하루 먼저 광주에서 인천으로 올라가는 고속버스 티켓을 쥐어들었던 SK 선수 3인방 정근우, 나주환, 이호준. 그리고 인천으로 가는 그 티켓은 놀랍게도 하루 만에 그 효과를 발휘했다. 김성근 감독이 과감하게 그들을 하루 먼저 인천으로 보내버린 건 휴식도, 배려도 아닌 채찍이었다. 무기력한 공격력, 나사 빠진 수비 집중력이 김 감독을 화나게 했다. 같은 날 니코스키는 아예 2군행을 통보 받았다. 3명이 자리를 비운 SK 타순은 그날 KIA와의 경기에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대타를 기용할 여유조차 없었고, 12회초 유일한 대타 윤상균이 2루타로 2-1로 앞서다 12회말 다시 1실점해 2-2로 비겼지만 아무도 그들에 대한 언급은 꺼리는 듯 했다. 굳이 그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거란 반응이었을까? KIA와의 원정 3연전을 10득점으로 마친 SK는 충격요법 이후 바로 그 다음날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무려 16점을 뽑아냈다. KIA 시리즈에서 5개나 나왔던 실책은 1개로 줄어들었다. 6회말 정근우의 송구 실책은 비록 실점과 연결되긴 했지만 병살 플레이 연결 동작에서 나온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실책이었다. 가장 달라진 건 나주환이었다. 인천으로 쫓겨나기 전까지 12타수 무안타에 소위 정신 줄 놓은 수비만 반복했던 나주환은 모창민과 교체돼 유격수로 나오자마자 3회 상대 선발 이동학으로부터 투런홈런을 쳐내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으로 일순간 밀린 타율 숙제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11일 2차전에서도 2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 이틀 연속 대승의 밑바탕이 됐다. 수비에서도 대충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연일 호수비를 선보이며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고 할 수 있는 지난해 초반의 모습을 재연하는 듯했다. 나주환과 키스톤 콤비로 나란히 애매한 수비를 보여 눈 밖에 났던 정근우도 이틀 동안 7안타 2홈런으로 급격하게 끓어올랐다. 1,2차전 모두 1회 선두타자로 출루해 나란히 결승득점을 올렸고, 총 11번 타석에 들어서 8번이나 루상에 나갔다. 톱타자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활약이었다. 김 감독의 이런 강경 전략이 좋은 건지, 그렇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선 찬반이 있을 수 있다. 신인급도 아닌 그들에게 이런 대접은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는 조치일 수 있다. 정규 시즌이 시작된 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그들에게는 아직 100%를 보여주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란 변명이 있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단 한 경기 만에(물론 감독의 입장에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의 부진도 포함된 전체적인 선택이었겠지만) 2군 행을 지시받은 니코스키는 감독의 이런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번 결정이 단 하루 만에 팀 전체의 야구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바꿔버린 계기가 됐으니 뭐라 말을 덧붙이기 힘들어졌다. 그들이 팀의 중심 선수라고 여기는 건 일반인들이나 김성근 감독 눈에나 똑같았지만, 대체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밀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보는 시각과는 달리 김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계속 그들을 압박하고 긴장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봤던 그런 관점의 차이가 이번 사건을 낳은 게 아닌가 싶다. SK 선수들에게 인천행 티켓이란? 채찍?, 최후의 경고?, 더 이상 넌 고정이 아니란 무언의 협박?. 드라마에서 F4가 또는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에서 감독이 개인 캐비넷에 부착했다는 그 빨간 딱지보다 더 무서운 김성근 감독의 인천행 티켓은 돌아오는 표 따위는 결코 예매되지 않는 살벌한 편도 티켓이었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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