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2군이여,날 보고 희망 가져라”

입력 2009-10-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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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현이 형, 축하해요!” “현수야, 고맙다!” KIA 김상현(앞줄 오른쪽)의 MVP 수상이 확정되자 함께 후보에 올랐던 두산 김현수(앞줄 왼쪽)도 기뻐했다. 사이좋게 손을 맞잡은 김상현과 김현수의 모습이 정겹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만년유망주 떼고 감격 ‘MVP’
“2군서 좌절하는 동료들 많아

2군생활이 더 많았던 날 보고

희망과 자신감을 놓지 말아라”


“2군 선수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올해 프로 10년째. 그는 지난해까지 1군보다 2군 생활이 더 많은,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사나이였다. 그러나 올해 친정으로 다시 복귀한뒤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만년 유망주’꼬리를 떼고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썼다.

고난의 터널이 누구보다 길었던 만큼, 이번 영광이 더 값지고 빛날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표차로 시상식에서 MVP로 확정된 뒤 김상현(29·KIA)은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2군 선수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2군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좌절하면서 야구를 그만두는 동료들을 숱하게 많이 봤다”는 그는 “나를 통해, 2군에 있는 선수들도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는 단서를 달며 조심스럽게 표현할 만큼 진정성이 담긴 말이었다.

“2군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1군에서 홈런, 타점왕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재차 희망 메시지를 전달한 그는 “항상 유망주로만 평가를 받아왔지만 나름대로 자신감은 있었다”면서 현재의 자리에 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던 2006년 말, 2군리그 홈런왕으로 MVP·신인상 시상식에 참가했던 김상현은 “언젠가 나도 이 자리에 다시 서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럴 수 있다는 느낌을 갖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8월 한달간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올 시즌을 되돌아 본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마음만 앞서 주변 기대와 달리 너무 못했다. 만약 우승하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못 했을 것”이라고 한국시리즈 우승 때 자신이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을 내비쳤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쳐, 깁스를 한 채 행사장에 나온 그는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다. 인대가 조금 늘어났을 뿐”이라며 “그동안 한번도 일본 프로야구 1군 선수들과 맞붙어 본 적이 없다. 이번에 내가 한국 홈런왕, 타점왕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음달 14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릴 ‘한·일클럽챔피언십’ 출전을 앞둔 각오도 곁들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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