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이렇게 빨리 떠나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4일, 故 박용오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황망한 마음으로 빈소를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박 전 총재의 영정 사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동안의 일들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갔다.
유족들을 바라봤다. 장남이 내게 다가왔다. 내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감정이 북받쳤나보다. 내 손을 꼭 잡고 우는 큰 아들과 곁에서 눈물을 훔치는 며느리의 모습이 심금을 울렸다. ‘가족들도 야구를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했구나. 나를 보니 야구를 사랑하시던 아버지 생각이 났구나.’ 다시 한 번 비통해졌다.
그동안 몇몇 총재들이 KBO를 거쳐 갔지만 뚜렷한 업적을 남긴 분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박 전 총재의 발자취가 더 의미 있는지도 모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창설될 때,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 속에 참가할 수 있도록 앞장서 목소리를 높인 분이었다. 첫 대회 4강, 두 번째 대회 준우승이라는 금자탑도 결국 그 분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2006년 1회 WBC 때. 본선이 열리고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 박 전 총재가 찾아오셨다. ‘형제의 난’을 겪고 KBO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신 후였다. 하지만 수척한 모습으로 멀리 날아오셨을 만큼 그 분의 열정은 대단했다. “이렇게 야구를 위해 고생해줘서 고맙다”면서 내 어깨를 두드리시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올해 프로야구가 6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떠나신 게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다.
5일,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워크샵이 열렸다. 시작 전, 유영구 현 총재의 주도로 참석자들과 KBO 임직원들이 모두 박 전 총재를 향해 묵념을 올렸다. 강한 리더십과 놀라운 추진력으로 어려운 사안들을 돌파해나갔던 박 전 총재.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총재였다. 너무 갑자기 돌아가셨지만 하늘나라에서도 야구를 보면서 성원을 보내주실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야구인들이 모두 이 아픔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애도한다.
허구연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