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FA 박찬호 보직이 불리하다

입력 2009-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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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연봉협상은 국내처럼 오래 끌지 않는다. 윈터미팅 때는 단장과 에이전트가 직접 만나 협상을 벌이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콘퍼런스 콜’로 두어 차례 대화하고 끝낸다. 연봉협상이라는 게 오래 끈다고 돈을 더 받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가끔 예상보다 많이 받는 경우도 있지만 구원투수들의 경우 대략 프리에이전트(FA) 시장 가격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구원투수 박찬호(36)에게 3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는 이를 거부했다. 지역언론에 따르면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동안의 사례를 종합하면 양측이 연봉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한차례 정도 협상을 하면 결판이 날 전망이다.

필리스는 일단 박찬호의 요구를 모두 거절한 셈이다. 선발투수와 연봉 300만 달러 이상이다. 선발투수는 이미 올해 초반 실험을 거쳤던 터라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필리스가 다시 기회를 줄 리가 없다. 연봉 300만 달러도 현 FA 시장 가격에 준하는 액수다. 박찬호의 2009년 연봉은 250만 달러였다.

박찬호는 올해 구원 38경기에 출장해 2승2패, 방어율 2.52를 마크했다. 구원투수로서는 매우 뛰어난 성적이다. 만약 이 성적을 셋업맨으로 남겼다면 상황은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 연봉 400만 달러는 너끈히 받을 수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스페셜리스트 또는 롱릴리프로 이 성적을 기록했다. 보직이 불리하다.

올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한 사이토 다카시(39)는 56경기에 등판해 3승3패, 방어율 2.43을 기록했다. 사이토는 나이나 기록 면에서 박찬호를 앞설 수 없다. 최근 투수능력의 중요한 잣대로 평가받는 WHIP(이닝당 안타+볼넷)를 보면 박찬호는 1.180(구원등판)이고, 사이토는 1.347이다. 그럼에도 사이토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연봉 320만 달러에 계약했다.

사이토에게는 LA 다저스 시절 마무리투수로, 보스턴에서는 셋업맨으로 활약한 점이 고려됐다. FA 시장에서 구원투수의 보직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기록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멘털(mental) 요소가 있어서다.

박찬호는 자신을 원하는 팀이 대여섯 군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FA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필리스를 제외한 팀은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에이전트는 필리스와 협상을 벌인 게 전부다.

또 그 팀들이 내년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팀인지는 불투명하다. 박찬호의 그동안 쌓아온 메이저리그 경험이나 여태껏 받았던 연봉을 고려하면 승률 5할도 안되는 하위권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도 어색한 일이다.

박찬호는 최근 2년 FA 계약이 모두 해를 넘겼다. 올해는 앞의 2년보다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에도 해를 넘겨서 2010시즌에 뛸 팀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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