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 에이스 출신 우완 문광은은 지금도 왜 SK가 자기를 1차 지명으로 찍어줬는지를 떠올리면 고맙고 의아하다. 1순위로 지명받아 감격스러웠지만 왜 SK가 언질 한번 안줬다가 자기를 덜컥 찍었는지는 궁금하다.
문광은은 몰랐지만 원래 SK가 노린 신인은 거구의 좌완 장민익이었다. 그런데 바로 앞 순위의 두산이 장민익을 찍자 SK는 문광은으로 전격 선회했다. 동의대를 대학 최강으로, 고(故) 조성옥 감독을 아마 최고지도자로 각인시킨 주역 문광은이지만 SK의 지명을 받던 순간, ‘그 힘든 훈련을 또 받아야 되나’란 막막함이 한순간 스쳤다. 조 감독 밑에서 지옥훈련도 모자라 프로로 가서도 하필 SK에 걸렸으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SK는 고지 마무리 캠프에서 문광은을 ‘단련’시켰다. 스스로 짐작컨대 캠프 기간 6000개는 던진 것 같다. 귀국 후에도 논스톱 훈련이 이어졌다. 24∼25일에도 문학구장에 나와 훈련했다. 집에도 못가고 숙소에서 잔다. 26일 하루 겨우 휴식이 주어졌지만 27일부터 쭉 야구장 출근이다. 아들을 뒷바라지 하려고 아버지는 광주 집을 처분하고, 인천으로 올라왔지만 변변히 만날 틈도 없다. 그래도 SK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직 훈련뿐임을 알기에 문광은의 머릿속엔 ‘1군 희망’ 뿐이다. “송은범 선배처럼 던지고 싶고, 채병용, 윤길현 선배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것이 문광은의 꿈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