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조정신청으로 구단과 갈등을 빚은 롯데 이정훈은 25일 갑자기 사이판 전지훈련장으로 출국하라는 통보를 받고 단 몇 시간 만에 짐을 챙겨 공항으로 떠나야했다.스포츠동아 DB
24일 “계획 없다”→25일 “오늘 가라”…반나절만에 달라진 태도 ‘빈축’
“괜찮아요. 빨리 가서 훈련하란 뜻이겠죠.”
뒤늦게나마 비행기 티켓을 끊어준 구단에 대해 선수는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반나절만에 황급히 출국길에 오르게 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구단과 연봉협상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연봉조정을 받았던 롯데 투수 이정훈(33)이 25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 동료들이 훈련 중인 사이판으로 출국했다.
“저 오늘 갑니다”라고 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오후 1시께. “오전에 사직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단장님께서 보자고 하셔서 찾아뵙고 인사드렸다. 어쨌거나 그동안 구단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는 그는 “지금 집에 다 도착했다. 4시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면 서둘러 짐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오전 훈련에서 ‘가장 힘들다’는 러닝 훈련을 모두 소화한 이정훈은 “비행기 타기 전 호되게 땀을 흘렸다”고 웃으면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전훈에 참가하게 된 이상, 열심히 땀을 흘려 올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난 비록 내가 원했던 연봉을 받진 못하지만 대신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는 그는 “난 그래도 행복한 선수 아니냐”고 되물었다. “어깨에 아파트 한 채를 얹은 것처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판으로 가라’는 통보를 받은지 반나절만에 김해공항 비행기에 오른 그는 그러나 갑작스런 출발에 대해 “좋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40여일 장도를 떠나는 선수에게 당일 오전에서야 뒤늦게 출발을 통보하는 건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사실.
연봉조정신청을 했다는 ‘괘씸죄’를 적용해 그를 20일 출발한 1차 전훈 멤버에서 일찌감치 제외했던 구단은 21일 KBO가 구단제시액으로 조정 결과를 내놓자 이튿날 바로 이정훈에게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큰 숙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한 롯데는 비슷한 시점에 팬들이 ‘이정훈 기살리기’라는 명분하에 800만원 모금 운동에 들어가자 적잖이 당황했다. ‘이정훈의 전훈 합류는 언제가 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날까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던 롯데가 25일 황급히 그에게 출국을 통보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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