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박정권. 스포츠동아DB
그럼에도 얼굴에 ‘피로’라고 써 있는 이유는 그만의 ‘트리플 헤더’를 치렀기 때문. 만삭이었던 박정권의 부인 김은미 씨가 전날 오후 4시부터 산통을 시작해 출산하기까지 14시간이나 걸렸다. 새벽 6시30분에서야 3.2kg의 딸을 낳았다. 6일 KIA전을 치르고 병원으로 달려간 박정권은 피곤함을 풀 새도 없이 다시 야구장에 나와야 했다. 산모와 첫 아이 모두 건강해 안심이지만 “내 애가 맞나?”라고 말할 정도로 아직은 얼떨떨한 신참 아빠다. 박정권은 아기의 태명을 ‘홈런’이라고 지었는데 곁을 지나가던 정근우는 “오늘 홈런 치면 ‘홈런이’를 위한 축포”라고 건넸다. 정근우의 아기 태명은 ‘히트’였다. 이러다 야구 용어로 태명 짓는 것이 유행이 될 것 같다는 얘길 듣자 박정권은 “그렇다고 ‘객사’라고 지을 순 없지 않느냐?”라고 특유의 허무 개그로 좌중을 웃겼다. 박정권은 홈런 대신 4회 두 번째 타석 안타로 ‘홈런이’를 위한 첫 선물을 안겼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