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2009~2010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우승경쟁 이상으로 주목 받았던 것이 있다. 바로 37라운드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했던 맨유 웨인 루니와 첼시 디디에 드록바의 득점왕 경쟁이다.
결국 루니는 울었고 드록바가 웃었다.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이들의 득점 레이스는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루니는 잉글랜드, 드록바는 코트디부아르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부상 불운에 운 루니
올 시즌 맨유는 루니 하나에 너무 의존했다는 비판을 들었을 만큼 그의 득점력은 폭발적이었다. 리그 31경기에 출전해 26골을 성공시킨 루니의 득점은 팀 득점 2위에 오른 베르바토프(12골)의 두 배 이상이다.
이 외 다른 선수들이 1~5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루니는 팀 득점에 있어 원맨쇼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칼링컵 결승 때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던 루니는 바로 3일 뒤 열린 이집트와의 A매치에서도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로 86분간 뛰었다.
퍼거슨 감독은 “A매치 직후 루니의 무릎 부상이 악화되었다”고 밝혔고, 바로 다음 열린 울버햄프턴과의 리그경기 때 그를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며 휴식을 줬다. 하지만 루니는 여전히 부상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월21일 열린 리버풀전을 마치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경기장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같은 달 31일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는 발목부상까지 당해 최소 3주 진단을 받아 팀의 사활이 걸렸던 첼시전에 결장했다.
팀이 위기에 몰리자 뮌헨과의 챔스리그 2차전에 깜짝 선발로 나서기는 했지만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그는 더 이상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맨유 입장에서는 물론 루니 본인에게도 그의 부상은 매우 불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루니가 주춤한 틈을 타 드록바가 따라잡기 시작했다. 37라운드를 마치고 루니와 드록바는 26골로 동률을 이뤘다.
마지막 38라운드에서 득점한 선수가 올 시즌 득점왕에 오르게 된 것이다.
예상대로 루니는 38라운드에 선발 출장해 팀의 우승 뿐 아니라 개인적인 영광을 위해 골을 만들려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네 골이나 터졌던 경기에서 득점의 주인공은 스트라이커 루니가 아닌 조력자의 이미지가 강한 긱스, 플레처, 박지성이었고 나머지 한골은 상대의 자책골이었다. 득점 기회가 쉽게 오지 않자 그는 후반 들어 눈에 띄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다가 부상까지 겹쳐 후반 30분 벤치에 직접 교체사인을 보내 박지성과 교체됐다.
이미 리그 우승컵은 첼시 것으로 결정이 된 상황에서 득점왕 타이틀까지 놓치는 순간, 벤치로 돌아간 그의 얼굴은 착잡함이 가득했다.
●리그 타이틀과 득점왕 타이틀 모두 거머쥔 승자 드록바
반면 드록바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은 이미 결정지었던 상황에서 득점왕 타이틀까지 손에 넣은 드록바는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드록바는 그동안 본인의 득점왕 타이틀보다 팀 우승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3월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득점왕이 되고 첼시가 우승을 못한다면 최악의 시즌이 될 것이다. 개인의 영광도 중요하지만 동료들과 메달을 같이 나눠갖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축구기자협회(FWA)와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을 루니에게 뺏겼던 드록바는 대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가져오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지난 달 25일 스톡시티를 7-0으로 대파한 후 드록바가 한골 차로 루니를 따라붙었을 당시 팀동료 람파드 역시 “드록바는 올 시즌 득점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38라운드에서 드록바는 골에 대한 욕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전반 30분 얻어낸 PK를 전담키커 램파트가 차려고 하자 본인이 차겠다는 제스처를 보인 것. 팀의 우승에 더 무게를 둔 람파드가 이를 거절하자 그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PK를 성공시킨 후 람파드가 그를 달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드록바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후반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결국 시즌 29호 골을 기록하며 2006~2007시즌 이후 3년 만에 두 번째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등극하는 기쁨을 안았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스트라이커들 이지만 마지막 한 경기로 희비가 갈린 루니와 드록바. 과연 다음 시즌에 루니가 득점왕 타이틀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맨체스터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