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우찬(23)이 18일 대구 LG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불펜왕국 삼성에서 완봉승이 나온 것은 2005년 배영수 이후 5년 만이다. 차우찬의 최근 선발피칭은 한마디로 놀랍다. 선발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평균 7이닝 이상 던졌다. 30이닝 동안 그가 내준 점수는 단 2점. 방어율은 0.60이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거침없이 던졌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과 이닝이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높이 살만하다. 차우찬이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데뷔 5년 만에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는 그가 후반기에도 멋진 피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무사만루와 생애 첫 완봉승!
위기다. 오치아이 투수코치와 포수 진갑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18일 LG전에서 0-0이던 3회초 무사만루를 허용했다. 안타 이후 상대의 희생번트를 내야수들이 연거푸 처리하지 못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첫 타자와 집중하라고 하셨고, 진갑용 선배는 낮게만 던지라고 했어요.” 순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무사만루인데 의외로 제가 침착한 거예요. 크게 긴장되지도 않고요.”
스스로에게 말했다. ‘타자만 생각하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중해서 공을 던지는 것뿐이다. 한번 해보자.’ 이대형을 내야 플라이로 막고, 다음타자 정성훈을 병살타로 유도하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았다.
‘그래! 바로 이런 것이야.’ 위기를 침착하게 넘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아니, 무사만루에서 의연하게 대처했던 그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다. 4회부터는 더욱 강한 믿음이 생겼다. 차우찬이 차우찬을 믿고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생애 첫 완봉승은 그렇게 찾아왔다.
“완봉승도 기뻤지만 투수로서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해 더 좋았습니다.”
○최강 SK, 자신 있어요!
차우찬은 SK전에 특히 강하다. 올 시즌 SK전 7경기에 나가 2승무패, 방어율 0.55를 기록하고 있다. 16.1이닝 동안 1점만 내줬고, 탈삼진은 무려 22개를 기록했다. 6일 문학원정에서는 7이닝 동안 4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SK 타자들과 승부해보면 타이밍 싸움에서 제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삼성은 올해 SK와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유일한 팀이다. SK를 상대로 좋은 피칭을 하고 있는 차우찬의 자신감이 큰 몫을 했다.
○체인지업의 필요성
완봉승을 하는 동안 줄곧 체인지업의 필요성을 느꼈다. 차우찬은 최고 150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가 주무기다. 150km 직구는 볼끝이 좋고, 슬라이더와 커브도 예리하다.
“모두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공들이라서 타자들이 예측할 수 있어요.”
반대방향으로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가 필요했다.
“류현진이나 양현종처럼 서클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으면 좋은데 잘 안되네요.” 서클체인지업보다는 스플리터를 던질 계획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거든요. 곧 던질 계획입니다.”
‘경기 때는 내가 최고라는 마음으로, 연습 때는 내가 가장 부족한 선수라는 마음으로 하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차우찬. 그는 데뷔 5년 만에 화려한 성공신화를 쓰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밸런스가 좋은 투수를 만든다!
2군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차우찬은 5월초 밸런스가 나빠 2군으로 내려갔다. 보름 동안 그는 양일환 2군 투수코치와 밸런스 찾기에 전념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축이 되는 왼쪽발이 가라앉는 것을 고쳤고, 오른손의 사용방법도 깨우쳤어요.” 오른손 글러브의 위치로 타깃과 벽을 만들고, 던질 때 효과적으로 감아 당기면서 밸런스를 찾았다는 설명이다.
“저는 해마다 폼이 바뀌었어요. 폼이 불안하다보니까 컨트롤도 잘 안되고….”
그는 자신감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투구 밸런스가 나쁘니까 스트라이크가 잘 안 들어가잖아요. 그게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니까….”
최근 선발 4경기에서 차우찬의 이닝당 투구수는 14.2개다. 18.6개를 던진 지난 시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릴리스 포인트를 좀더 앞으로 끌고 나온 게 맞아 떨어졌다.
직구의 볼끝이 더욱 예리해졌고, 변화구의 컨트롤도 좋아졌다. “투수는 밸런스와의 승부”라는 차우찬의 말이 좀더 힘 있게 들린다.
○어깨부상, 이제는 사양합니다!
차우찬은 데뷔 첫 해부터 줄곧 어깨부상으로 고전했다. 신인 때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어깨부상을 당했고, 2007년과 2008년에도 어깨통증으로 마음껏 공을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시즌 뒤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한달 반 동안 재활치료를 받았다.
“아플 만큼 아팠으니까 이제는 정말 아프지 말아야죠.”
그는 지난해 재활에 성공하면서 어깨가 좀더 강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신인 때는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다가 아팠고, 부상과 투구폼 난조가 이어지면서 4년을 보냈다. 부상은 가장 나쁜 습관이다. 차우찬은 “이제 부상과 씨름할 시간이 없다”며 자신 있게 작별을 선언했다.
○3점대 방어율과 7승!
차우찬의 올해 목표는 100이닝 투구와 3점대 방어율, 그리고 7승이다.
“지난해 (따낸) 6승은 넘어서야죠.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에 보탬을 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차우찬은 인터뷰 끝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 ‘시합 때는 내가 최고라는 마음으로, 연습 때는 내가 가장 부족한 선수라는 마음으로 하라’는 대선배의 말씀을 들었는데 그 의미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팬들은 후반기에도 차우찬이 최근 보여준 눈부신 피칭을 재현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는 “결과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다”며 “매순간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분명 차우찬은 달라졌다. 실력도 향상됐고 생각도 강해졌다. 팬들은 이제 그의 등판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Who 차우찬? ○생년월일=1987년 5월 31일 ○키·몸무게=185cm·80kg(좌투좌타) ○출신교=군산초∼군산남중∼군산상고 ○입단연도=2006년(2006신인드래프트 2차 1번) ○2009년 성적=42경기 109.1이닝 6승9패1홀드 방어율 6.09 ○2010년 연봉=627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