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롯데 임경완(35·사진)은 7월30일 사직 LG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실점을 남겼습니다. 팀이 크게 이기고 있어서 망정이지 나오자마자 홈런을 맞았고 만루위기까지 몰리는 등 4안타나 맞아 위태로웠죠. 그러나 다음날 만난 임경완의 표정은 꽤 밝더군요. 전날 공을 던지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공 던질 때, 팔이 10cm도 안 되는 미세한 높이지만 올라가 있더라. 잠수함 투수인 나에게 그 차이가 안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이제 원인을 찾았으니 좋았을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궁금증, 왜 임경완의 팔이 올라갔을까요? 체력고갈도 폼 교정도 아닌 마음이 폼을 바꿔놓은 것이랍니다. 개막부터 의지와 무관하게 맡겨진 마무리 보직. 재작년 시련의 경험도 있기에 더 커진 부담감.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라는 고독감이 무의식중에 몸에 힘이 들어가게 했고, 팔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 셈이죠.
# 불펜투수는 선발이나 마무리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임경완은 다르더군요, 자기가 제일 잘 해낼 수 있는 셋업맨을 천직처럼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이런 선수에게 마무리 자리는 승격이 아닌 스트레스에 가까웠을 테죠.
그래도 롯데 투수구조상, 그라도 맡아줘야 마운드 전체가 돌아갈 형편이었죠.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면 ‘임작가’니 뭐니 사방에서 -심지어 아군인 일부 롯데팬들조차- 비난을 가해도 버티는 이유입니다.
# 야구가 안 되면 선수가 취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그 시즌을 버리고, 미래를 기약하며 몸을 아끼는 것이 하나고, 어떻게라도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꾸려나가는 것이 다른 길입니다. 롯데에는 두 가지 케이스가 다 있지요.(전자가 누군지는 짐작될 것입니다.) 임경완은 후자의 대표 격입니다.
팀이나 주변에서 임경완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으면 후배들의 선택은 뻔하겠지요? 적성에 맞지 않는 보직을 맡겨도, 칭찬보다 질책 속에서도 견디는 임경완은 어쩌면 대다수 샐러리맨의 초상 같습니다. 그의 꾸준함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의 꿈은 마흔 넘어서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셋업맨으로 던지는 것입니다. 임경완의 주무기는 싱커가 아니라 성실함입니다.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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