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예, 왓슨과 연장끝 짜릿한 우승
존슨, 숨겨진 벙커 인식못해 우승 놓쳐
노승열, 우즈와 동타…공동 28위 선전
최경주 공동39위…김경태는 공동48위
92번째 PGA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디펜딩 챔피언 양용은(38)도 아닌 마르틴 카이머(독일)에게 돌아갔다.
카이머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위슬링 스트레이츠 코스(파72·7057야드)에서 열린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7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버바 왓슨(미국)과 동타를 이뤘다.
카이머는 대회 전통에 따라 3개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 첫 번째 10번홀(파4)에서 파에 그쳐 버디를 잡은 왓슨에 1타 뒤졌지만, 두 번째 17번홀(파3)에서 버디로 만회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결정될 운명. 카이머와 왓슨은 티샷을 페어웨이 러프로 보냈다.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먼저 두 번째 샷을 날린 왓슨의 볼이 개울로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왓슨은 1벌타를 받고 네 번째 샷을 남겨뒀다. 카이머는 러프에서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빠져 나온 뒤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다급해진 왓슨은 네 번째 샷마저 그린 옆 벙커로 보내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 왓슨은 회심의 벙커 샷을 날렸지만 공은 깃대를 맞고 나왔다. 카이머는 3퍼트를 해도 동타를 이룰 수 있는 상황에서 2퍼트로 마무리해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양용은이 우즈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낸 데 이어, 이번엔 연장승부로 이어지면서 메이저 대회다운 명승부가 나왔다.
둘의 연장전이 진행되는 동안 더스틴 존슨(미국)은 라커룸에서 씁쓸한 마음을 달랬다. 17번홀까지 1타차 선두였던 존슨은, 18번홀에서 티 샷한 볼이 페어웨이 옆 갤러리 사이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공은 작은 벙커에 떨어졌고, 이를 벙커가 아닌 단순한 모래더미라고 생각했던 존슨은 클럽을 살짝 바닥에 내려놓은 통에 2벌타를 받고 순식간에 공동 5위로 추락했다. 다잡았던 메이저 우승컵을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의 실수로 날리는 불운을 맛봤다.
한편 7명이 출전한 코리안 브라더스는 명암이 엇갈렸다. 지난해 우승자 양용은이 컷 탈락한 가운데, 차세대 한국 남자골프의 기대주 노승열(19)과 김경태(24·신한금융)가 공동 28위(2언더파 286타)와 공동 48위(1오버파 289타)에 올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전날 공동 16위였던 노승열은 톱10 진입까지 노렸지만 3타를 잃으면서 순위가 미끄러졌다. 김경태도 4타를 잃었다. 비록 톱10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노승열은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등 관심이 높았다. 이번 대회 최연소 컷 통과자 기록을 남겼다. 노승열은 “샷 감각은 괜찮았는데 퍼트가 너무 안됐다. 다음 주 열리는 윈덤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맏형 최경주(40)는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 공동 39위, 캐빈 나(27)는 3오버파 291타 공동 58위로 끝냈다. 명예회복에 나선 우즈는 버디 4개를 잡아냈지만 보기 3개와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 1오버파 73타로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28위에 그쳤다.
우즈는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에선 지난 주 119위에서 108위로 끌어올려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라이더컵 포인트에선 10위에 그쳐 8위까지 주어지는 자동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우즈가 라이더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주장 코리 페이빈의 추천을 받는 길 뿐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