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재일교포 장훈 씨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LG전에 앞서 힘차게 시구하고 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3000안타의 사나이가 마운드에 올랐다. 일본열도를 호령하던 그는 이제 고희를 넘긴 노인. 그가 던진 시구는 원바운드로 크게 빗나갔다. 하지만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가 ‘안타제조기’이며 ‘전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므로. 31일 잠실 넥센-LG전의 시구자는 장훈(71) 씨였다.
SK 전준호(41) 코치는 1995년 슈퍼게임에서 장훈 씨가 한 말을 전한 적이 있다. “내가 여러 차례 타격왕에 오른 이유는 홈런과 안타가 아니라, 1·2루간 기습번트 덕이다.”
통산 3085안타(일본프로야구최다) 504홈런에 가려진 그의 기록 중 하나는 통산 319도루다. 장훈 씨는 강타자임과 동시에 빠른 주자이기도 했다. 내야안타도 많았다.
LG 박종훈 감독 역시 “선수시절 장훈 씨로부터 2루 쪽 기습번트를 배운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OB는 장훈 씨를 초청해 선진기술을 배웠다. 당시만 해도 프로야구 초창기라 기습번트는 3루 쪽으로만 대는 줄 알았던 시절.
박 감독은 “아예 2루 쪽으로 대는 개념이 없었다. 1루와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장훈 씨로부터 2루 쪽 기습번트를 전수받은 OB는 이를 실전에서 요긴하게 써먹었다. 이후 다른 팀에게도 비기가 퍼졌다. 결국 한국프로야구에 2루 쪽 기습번트를 전파한 장본인이 장훈씨였던 셈.
7회초 넥센의 선두타자 김민우는 1·2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LG 투수 이동현이 더듬으며 내야안타. 하지만 장훈 씨는 아쉽게도 경기장을 떠난 상황이었다. 만약 그 장면을 봤다면, 장훈 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잠실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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