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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부상 불구 도루·2루타 ‘4강희망’ 살려
역시 홈런으로 말하는 사나이였다. 지난해 홈런왕 KIA 김상현(30)의 홈런포가 8월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또 팀의 실낱같은 4강진출 희망의 불꽃을 되살렸다.김상현은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5번 지명타자로 나서 결승 만루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1도루 5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북 치고 장구 치는 원맨쇼였다. 2회 1사후 첫 타석에 나선 김상현은 상대 허를 찌르는 도루로 선취점을 올렸다. 상대선발 장원삼의 투구에 맞고 나간 그는 2사후 안치홍 타석 때 기습적인 2루도루를 감행했다. 그리고 곧이어 안치홍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파고들었다. 5월 11일 수술을 받고 오랜 재활훈련을 거쳤을 정도로 무릎 상태가 아직 정상은 아니지만 팀의 4강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후 “상대가 내 무릎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도루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걸 역이용해 뛰었다”고 설명했다.
4회 좌익선상 2루타는 뒤이은 만루홈런의 전주곡이었다. 5회 2사 1·2루에서 앞선 4번타자 최희섭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만루가 만들어진 상황. 볼카운트 2-3에서 장원삼의 8구째 몸쪽 무릎 근처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 박히는 직구(시속 140km)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단숨에 스코어는 5-3으로 뒤집어졌다. 시즌 19호 홈런이자 개인통산 6번째 만루홈런. 2002년 데뷔후 2008년까지 단 1개의 만루포도 없었던 그는 지난해 4개의 그랜드슬램에 이어 올해 2번째 2번째 만루포를 가동했다.
그는 무릎통증과 수술 후유증으로 3∼7월 총 9홈런에 그쳤지만 8월에만 10개의 홈런포를 생산하면서 지난해 홈런왕의 위용을 되찾았다. 그는 홈런 상황에 대해 “장원삼이 전 등판에서 몸쪽과 슬라이더를 많이 던져 바깥쪽은 커트한다는 생각으로 몸쪽을 노리고 있었다”면서 노림수의 승리임을 털어놓았다.
4-5로 쫓긴 7회에도 그는 값진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사실 사이클링히트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주변 동료가 얘기해줘 3루타를 칠 욕심에 밀어치려고 했다”며 웃었다.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