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이재우가 임태훈·정재훈에게] 팔이 부러져도 던진다는 각오 알지? 함께 못해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입력 2010-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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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재우.

두산 이재우.

플레이오프, 1점차 혈전에 매 경기 불펜진이 총동원되고 있다. 삼성은 4경기지만 두산은 준PO부터 벌써 9차전을 치렀다. “괜찮다”고 하지만 휴식일에 온몸이 아파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모습을 그라운드 밖에 바라봐야만 하는 두산 이재우(30)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려움을,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두산 입장에서도 이용찬이 빠진 상태에서 이재우의 공백이 아쉽기만 하다. 8월 팔꿈치인대 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이천에서 재활 중인 그는 “고생하는 형들, 후배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게 미안하다”고 말문을 열고는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편지를 띄웠다. 받는 이는 정재훈(30)과 임태훈(22)이다.재훈아, 많이 망설였는데 누구보다 너에게 얘기하고 싶어 이렇게 얘기를 꺼낸다. 요즘…마음이 많이 힘들지? 그런데 야구하면서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 아니겠냐. 마음 편하게 먹자. 올해 투수조에서 나를 비롯해 여러 명이 빠지면서 어려웠는데 네가 중간에서 잘 해줬잖아. 네가 없었으면 두산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기운내고.

태훈아, 널 생각하면 형이 뿌듯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네. 사실 네가 캠프 때부터 허리가 아파서 투구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잖아.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참 힘들었을 거야. 마음먹은 대로 공이 안 가니까. 형도 중간계투를 몇 년간 해봐서 잘 아는데 누적된 피로도 무시할 수 없을 거야. 그래서 기다리던 선발 기회가 왔는데도 제 실력발휘를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너 역시도 아쉬웠던 한 해였을 것 같은데, 공부하는 해라고 생각하고, 힘내라.

그래도 포스트시즌에는 전성기 때 밸런스를 되찾은 것 같더라고. 지금도 몸이 괜찮치는 않겠지만 네가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해줘서 형이 더 고마워. 솔직히 ‘프로’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냐. 아픔도 참고 승리를 따내는 것. 너는 아직 젊으니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더 좋은 투수로 거듭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건 투수조 전체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요. 제발 부탁이니까 5차전에서는 “팔이 부러져도 던진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던져주라! 여기까지 힘들게 왔잖아. 준PO에서도 참 어렵게 올라왔고. PO에서 누가 두산이 이길 거라고 예상했어. 하지만 불펜싸움에서 이겨서 우위를 점했잖아.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잘 해줄 거라고 믿어. 힘내자, 두산 베어스!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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