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 기업은행컵 프로배구대회 한국도로공사 대 GS칼텍스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 임효숙이 블로킹 된 볼을 리시브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임효숙 발목인대 부상…후배들 유니폼에 응원 문구…맏언니 기운 얻고 복귀 투혼
임효숙(28·사진)이 소속팀 도로공사에 주는 존재감은 정말 크다. 빼어난 실력은 기본이고 강한 리더십과 책임감으로 동료들을 통솔하는 모습에서 맏언니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V리그 초반 도로공사가 4승2패의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임효숙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동료애도 남다르다.
임효숙은 12월 23일 흥국생명 전 4세트 도중 왼 발목 인대를 다쳤다.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 미아의 발에 밟혀 발목이 꺾였다. 시즌 첫 패배와 함께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임효숙은 자신 때문에 팀이 진 것 같아(1-3 패)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아픔보다는 심적 고생이 컸다.
언니의 가슴앓이를 본 때문일까. 동생들은 12월 25일 성남 홈에서 열린 GS칼텍스전을 준비하며 언니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코트에 들어서는 도로공사 선수들의 어깨에는 임효숙의 등번호 10번이 매직으로 새겨져 있었다. 임효숙을 대신한 김선영의 어깨에도 ‘10번’과 함께 ‘언니, 날 믿어’란 작은 글귀가 있었다. 도공은 3-1로 이겼다.
동생들의 힘은 컸다.
뜻하지 않은 성탄 선물을 받은 임효숙은 12월 27일 현대건설전에 나섰다. 어창선 감독은 만류했지만 임효숙의 출전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0-3 완패란 결과는 아쉬웠어도 그의 투혼은 칭찬받을 만 했다.
임효숙은 선수단 내에서 ‘임정은’으로 불린다.
지난 시즌 발목 수술 등으로 슬럼프에 빠졌는데, 5월 경 이름을 바꿔보라는 한 지인의 권유에 작명소를 찾아 ‘정은’이란 이름을 받았다. 물론 임효숙은 당장 이름을 바꿀 계획은 없다. 개명 신청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코트 내에서는 ‘임효숙’이란 이름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효숙이가 동생들의 정성어린 이벤트에 감동했다.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항상 열성적인 효숙이를 보며 우리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도 동생들의 깜짝 선물과 스스로의 열정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