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춤추게 하는건 ‘스파르타 父情’

입력 2011-0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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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스포츠동아DB

태극마크 겉멋 들까 기내서도 팔 굽혀펴기
함부르크 훈련 뒤엔 슈팅·드리블 개인지도
브레멘 상대 4-0 대승 견인차 ‘아버지의 힘’
‘한국 축구의 희망’ ‘한국 축구의 기대주’등 수많은 수식이 따르는 독일 분데스리거 손흥민(19·함부르크SV)의 뒤에는 아버지 손웅정(45·작은사진) 씨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손 씨는 애가 탄다. 국가대표팀을 다녀온 이후 “겉멋이 잔뜩 들었다”는 게 그 이유다.

2011 카타르 아시안 컵에서 돌아온 뒤 아들과 함께 곧바로 독일로 넘어간 손 씨는 “흥민이가 (대표팀 선발로) 나태해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손 씨가 함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실시한 것은 혹독한 스파르타 교육. 독일행 비행기에서도 팔 굽혀펴기 등 기초 훈련을 했다. 춘천FC에서 가르쳐온 각종 프로그램을 아들에게 그대로 시켰다.

아들은 이를 묵묵히 따라했다. 때론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아버지가 있어 현재 자신이 탄생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손흥민이다.

요즘도 손흥민은 함부르크 선수단 훈련이 끝난 뒤 손 씨와 함께 개인 훈련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이고 슛 연습과 맞춤형 볼 트래핑을 하며 잠시 느슨해진 근육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비록 함부르크 복귀 후 두 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언제든 출전 태세를 완료한 상태였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20일 오전(한국시간) 함부르크 임테흐 아레나에서 열린 베르더 브레멘과의 2010∼2011 분데스리가 23라운드 홈경기에 선발로 출전, 후반 38분 에니스벤-하티라와 교체될 때까지 83분을 뛰었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무대에 출전한 것은 작년 12월12일 바이엘 레버쿠젠 전 이후 70일 만이다.

올 시즌 5번째 정규리그 선발 출격.

역시 효과가 있었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으로 나선 함부르크는 믈라덴 페트리치와 호세 파울로 게레로(2골), 벤 하트라의 골로 4-0 대승을 챙겨 시즌 11승(3무9패)째를 신고했다.

왼 측면과 중앙을 두루 오가던 손흥민은 전반 23분 아크 지역에서 프리킥으로 이어진 파울을 유도했고, 전반 33분에는 상대 미드필더 프리츠를 넘어뜨려 옐로카드를 받았다. 손흥민은 후반 36분, 날카로운 오른발 슛을 했으나 상대 수비수를 맞고 볼이 나간 바람에 공격 포인트 추가에는 실패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혈기 넘치는 손흥민. 비록 종아리에 경련이 나 풀타임은 뛸 수 없었으나 경기 뒤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트위터에 “오랜만에 경기 뛰니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힌 뒤 팬들에게도 “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주무시고 경기를 봐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모자람도, 부족함도 많지만 계속 사랑해달라”고 부탁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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