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승부조작,야구는 안녕한가

입력 2011-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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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뒤숭숭하다. 리그의 존폐위기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관련 선수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축구 쪽과 별다른 연고도 없지만 스포츠계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필자는 이러한 소문을 몇 해 전부터 듣고 있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축구의 경우 모두가 쉬쉬하지만 ‘용병비리’로 감독교체가 이루어진 적도 있다. 그렇다면 야구계는 어떠한가. 아직까지 승부조작과 관련된 증거나 동향은 없는 편이다. 특별히 프로야구선수가 프로축구선수보다 더 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승부조작을 하기가 어렵고, 사설 스포츠베팅 입장에서도 조작이 어려워서 ‘매력’이 떨어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야구의 경우 한 두 명이 아니라 많은 선수가 개입해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어렵다.

야구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승부조작 사건은 1919년 월드시리즈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터져 나온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이 사건은 1994년 파업 그리고 2000년대 약물파동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인기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3대 사건 중 하나다. 사건의 개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도박사들과 연계하여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일부러 져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거래에서 시작됐다. 가담한 이는 당시 주축선수였던 사가티와 조 잭슨 등을 포함 총 8명이었다.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사건의 발단은 본질적으로는 노동문제였지만 제대로 조명되지는 않았다. 대만 프로야구가 몰락한 이유도 승부조작 때문이긴 하지만 낮은 연봉이 기저에 깔려있다.

야구의 경우에는 승부조작을 하려면 심판매수가 우선인데, 다행히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때 전임심판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역시 제도가 그만큼 중요하다. 2004년 병역비리 홍역을 겪으며 야구규약을 변경했는데, 현재의 규약에 따르면 병역비리 연루자는 영구제명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프로야구계는 완전히 안전한가.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윤리적인 문제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루하루의 경기결과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대표적인 프런트 보직이 운영팀장인데, 하루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 ‘내일은 승리하게 해주소서’가 아니라 ‘이 밤도 무사히’를 주술처럼 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웬만한 일탈은 보도가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개인윤리에 대한 확립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도적인 장치마련과 집단윤리에 대한 교육이 보다 더 중요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끊임 없는 불안 속에 시달리고 있다. 조그만 유혹에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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