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의 MLB 수다] ‘꿈의 직장’ MLB 프런트

입력 2011-06-1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0년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뉴욕 메츠 마케팅부서 사무실은 인사팀 부장이 다녀간 뒤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연봉 인상이 논의될 시점도 아니고, 포스트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보너스에 대한 얘기가 나올 타이밍도 아니었는데 왜였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아메리칸리그에선 뉴욕 양키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챔피언십시리즈를 치르고 있었고, 만약 시애틀이 월드시리즈 상대팀으로 결정된다면 전 직원을 보잉 737 전세기 편으로 출장 보낸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메이저리그 프런트의 급여는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특혜’와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물론 포스트시즌 원정응원의 기회 또한 그 중의 하나다. 그밖에는 또 어떤 재미가 있을까.

“야구장에서 공부한다!”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세미나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입사 첫 해엔 오랫동안 에이전트로 활약하고 있던 론 샤피로를 강사로 초빙해 소규모 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당시 칼 립켄 주니어와 같은 거물을 고객으로 둔 에이전트와 만나고 그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다. 세미나와 교육 내용은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았다. 야외 활동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프런트를 위해 피부과 의사를 초빙해 피부 관리 및 피부암 방지 교육을 받는 것부터 성희롱 예방 교육에까지 내용은 다양하고 유익했다. 그렇다. 메이저리그 프런트들은 야구장에서 공부한다.

“체력은 팀력이다!”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직원들 또한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MLB의 경우 한 달에 휴식일이 이틀 정도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체력과 건강 상태를 중요하게 여긴다. 호텔급 식사는 아니지만 점심과 저녁식사는 건강식이며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 뿐만 아니라 한 달에 2번은 어김없이 MLB 필드로 나선다. 팀이 원정경기를 치를 때 프런트에게 필드에서 야구할 기회를 준다. 직원들 가운데는 한때 야구선수로 활약한 친구들이 많다 보니 경기는 나름대로 세미프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사용하는 각종 운동기구를 사용할 수 있어 특별히 헬스이용권을 사지 않아도 된다.

2000년 그해, 우리는 그렇게 꿈꾸던 전세기를 타지 못했다. 아쉽게도 옆집 팀인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억울하지만 전세 비행기가 아닌 전세 고속버스로 2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양키스타디움으로 월드시리즈 출장(?)을 다녀왔다.

MLB프런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확실한 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꿈의 직장임에 틀림없다는 점이다.

[Daniel Kim (Special Contributor) twitter.com/dk_bluemagic]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