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1년 성적따라 끝장승부…한국형 PS 흥행홈런

입력 2011-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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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는 독특하고 극단적인 사다리 구조의 포스트시즌 제도를 갖추고 있다. 정규시즌 상위 팀에게 어드밴티지를 보장하면서 중위권 팀들이 끝까지 전력을 기울이게 유인하는 최고의 흥행능력을 가진, 단일리그가 가질 수 있는 최적의 포스트시즌이다. 스포츠동아 DB

정규리그 순위따라 극단적 사다리구조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싸움…흥미 더해
현 PS제도 흥행·수익·관심 최고 만족도

가을야구 단골 삼성 24차례·KIA 17차례


역대 최다관중 신기록을 세운 2011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10월초 프로야구의 하이라이트 포스트시즌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특히 한국프로야구는 전세계 프로스포츠 중 가장 독특하고 극단적인 사다리 구조의 포스트시즌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한국보다 역사에서 앞선 메이저리그, 그리고 일본프로야구는 매년 포스트시즌 제도 개편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 차례 큰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무국과 팬, 구단, 선수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현재의 포스트시즌 제도가 정착된 후 흥행과 수익, 관심도 등 팬과 구단 만족도 모두 최정상권이다. 2013년부터 구단이 확장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현 8개 구단 체제에서 최고의 포스트시즌 제도로 평가된다.


○페넌트레이스 흥행을 이끄는 한국형 PS

프로스포츠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에 어드밴티지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유인구조를 갖춰야 페넌트레이스가 더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다. 만약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큰 이점이 없다면 오히려 전력을 아꼈다가 포스트시즌에서 더 전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 장기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의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서도 1위 팀에 대한 어드밴티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페넌트레이스 1위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크게 조명하는 리그다. 자칫 선수와 팬, 구단 모두 너무 일찍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면 한꺼번에 모든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어떻게든 끝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에서 흥행능력을 잃지 않고 시즌을 끌고 나가는 것이 페넌트레이스의 성공 열쇠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제도는 이러한 측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한국프로야구는 8개 팀 중 4개 팀, 전체 50%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있다. 양대 리그 30개 구단 중 8개 팀만이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그 비율이 매우 높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도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경기를 치르고 월드시리즈까지 가야 한다. 한국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많은 대신 승률이 높은 팀일수록 한국시리즈까지 치러야하는 경기 수가 줄어드는 어드밴티지가 있다. 페넌트레이스에 대한 관심, 흥행, 그리고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최적의 조합이다. 600만 관중을 달성한 2011년, 시즌 종료를 눈앞에 뒀지만 여전히 2∼3위 싸움이 치열하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후에도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위해 순위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점이 관중들에게 큰 재미를 전달 할 수 있다. 매우 흥행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끝없는 양대 리그의 유혹-한국PS 역사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는 단일리그지만 포스트시즌은 미국이나 일본의 양대 리그를 본 따 치렀다. 페넌트레이스를 전기와 후기리그로 나누고 전기리그 1위와 후기리그 1위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폐해가 있었다. 1984년처럼 전기리그 우승팀 삼성이 한국시리즈 상대로 롯데를 택하기 위해 일부 게임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금과 달리 6개 구단 체제였지만 전반기에 이미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팀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1985년에는 삼성이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 자체가 열리지 않기도 했다.

1986년 포스트시즌 개최 방법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 전기리그 1위 팀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 후기리그 1위와 전·후기를 합쳐 승률이 가장 좋은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2개에서 3개로 늘어나고 관중의 흥미를 시즌 말까지 더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출발부터 결승선까지 똑같은 조건에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페넌트레이스의 순수한 매력을 침해하고 있었다. 1989년 한국프로야구는 억지 양대 리그를 포기하고 단일리그 상태에서 최상의 포스트시즌 제도를 찾았다. 지금처럼 1위는 한국시리즈 직행, 2위는 플레이오프 직행, 3·4위 준플레이오프가 자리를 잡았다. 다만 1998년까지 3위와 4위의 승차가 3게임 이상 나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았다. 1995년 해태가 4위를 했지만 3위 LG와 게임차가 3게임 이상 벌어지면서 준플레이오프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프로야구는 1999년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활약, 경제난으로 인한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흥미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양대 리그를 도입했지만 2001년부터 현재의 제도로 환원됐다. 매직, 드림 양대 리그로 치러졌던 2시즌 동안 다른 리그 2위보다 승률이 높은 3위에게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했다. 2000년 드림리그 3위 삼성이 매직리그 2위 롯데보다 승률이 높아 준플레이오프를 치렀고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5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리그에 참여한 모든 팀이 경험한 포스트시즌


한국프로야구의 독특한 포스트시즌 제도로 지난 29년 동안 리그에 참여한 모든 팀은(전신 포함)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삼성이 총 24회로 가장 많고 KIA는 17번 가을야구를 했다. 최약체로 꼽혔던 쌍방울도 2회 포스트시즌을 맛봤다. 페넌트레이스 1·2위 팀이 큰 이점을 가지면서도 중위권 팀들이 균등하게 가을야구 기회를 갖고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 프로야구가 발전할 수 있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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