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한국시리즈 최고 스타는 최동원” 66%

입력 2011-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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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 “역대 한국시리즈 베스트는?”


“최동원 1984년 홀로 4승 불멸의 대기록”
‘역대 KS 최고 활약 스타’ 33명 절대지지

“이승엽 동점 3점포·마해영 끝내기 홈런
2002년 6차전 9회말 역전 최고 명승부”
삼성 첫 우승 감격…50명 중 18명 꼽아


페넌트레이스가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포스트시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폴 클래식(Fall Classic)’으로 불리는 포스트시즌은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최종 무대이자, 모든 야구인들의 잔치. 그러나 승부의 세계인 이상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가을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챔피언을 결정하는 한국시리즈다. 올해는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을 비롯해 롯데, SK 그리고 KIA가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았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은 어느 팀이 차지할까. 또 어떤 명승부가 연출될까. 스포츠동아는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명승부로 기억되는 한국시리즈는 언제였는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는 누구였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한국시리즈 최고의 명승부는?

8개 구단 감독(대행)과 선수, 프런트, KBO 관계자, 해설위원 등 총 50명의 야구계 파워엘리트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기억 속에 가장 강인하게 남아있는 역대 최고 한국시리즈 명승부는 18명이 꼽은 삼성과 LG가 맞붙은 2002년 시리즈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그해 삼성은 3승2패로 앞서 있다가 대구에서 열린 6차전에서 6-9로 뒤진 채 9회를 맞았다. 분위기상 LG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 6차전 승부가 LG로 넘어간다면 시리즈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절체 절명의 위기에서 9회말 이승엽의 동점 3점홈런이 터졌고, 곧이어 타석에 선 마해영은 상대 최원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다. 많은 관계자들이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야구장을 떠난 상태였지만 막판 극적인 뒤집기가 펼쳐졌고, 결국 삼성은 10-9 승리를 거두고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감격을 누리게 된다. 삼성 지휘봉은 우승청부사로 데려온 ‘해태 출신’ 김응룡 감독이 잡고 있었다.

당시 LG 투수코치였던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LG가 차근차근 삼성을 압박해 가면서 우승까지 넘보는 분위기였는데,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이 6차전 9회 3점 동점 홈런을 때리고 곧이어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는 정말 영화같은 승부가 연출됐다”면서 “LG 역시 6차전을 잡았다면 8년만의 우승이 가능한 분위기였기에 양쪽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명승부였다”고 되돌아봤다.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은 명승부 시리즈는 현대와 삼성이 9차전 승부를 펼쳤던 2004년이었다. 총 11명이 꼽았다. 이 해 두 팀은 2차전, 4차전, 7차전에서 각각 8-8, 0-0, 6-6 등 연장 12회 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무승부를 기록했고, 결국 9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현대가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 배영수는 0-0으로 끝난 4차전에서 ‘10이닝 비공인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9차전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게임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끝까지 계속된 승부에서 현대 이숭용이 마지막 타구를 잡고 포효하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두산 김태형 코치는 “선수들이 1승을 위해 진흙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세 번째 명승부로 꼽힌 시리즈는 KIA가 7차전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SK를 제치고 우승한 2009년이었다. 50명 중 9명이 이 시리즈를 최고로 기억했다. 당시 우승멤버 중 한명인 KIA 황병일 수석코치는 “7차전을 앞두고 지완이에게 ‘너 오늘 홈런 2개 칠 것 같다’고 말을 했는데 정말 2개를 쳤다. 나중에 나지완이 ‘코치님 소름이 끼치더라’고 한 게 떠오른다”면서 “난 그냥 중심타자로서 지완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6회에 2점홈런을 때리더니 9회말 기적같은 끝내기 홈런도 터뜨렸다”고 옛 추억을 되살렸다. 롯데 홍성흔은 “7차전 명승부가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마감됐다는 점에서 역대 최고 시리즈라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6명의 전문가는 1984년 롯데-삼성간 한국시리즈를 꼽았다. 전력상 약세로 평가받았던 롯데는 삼성과 7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4승3패로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고, 투수 최동원은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 밖에 현대의 3연승 뒤 두산이 뒤늦게 3연승을 거둬 3승3패 균형을 이룬 뒤 7차전 승리로 현대가 우승을 차지했던 2000년, OB가 롯데에 4승3패로 우승을 차지했던 1995년 시리즈를 꼽은 소수 의견도 있었다.

● 한국시리즈 역대 최고 활약은 단연 최동원

그렇다면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누구일까. 명승부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답변이 분산된 것과 달리 이 질문에는 한 선수에게 표가 쏠렸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말이다. 50명 중에서 33명, 즉 66%의 응답자가 최근 타계한 최동원 전 한화 2군감독을 꼽았다.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만화같은 일.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기도 하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최동원은 1차전 완봉승으로 4-0 승리를 이끈 뒤 3차전에서 완투승, 6차전에서 구원승을 거뒀고 마지막 7차전에서는 또다시 완투승을 기록했다. 5차전에서 완투패를 당하기도 했던 최동원은 이 해 한국시리즈 7경기 중 5경기에 등판, 3완투승(1완봉승 포함) 1구원승 1완투패 등 4승1패를 기록했다. 완투만 무려 4번을 했고, 40이닝 동안 8자책점을 마크해 방어율 1.80을 기록했다.

당시 포수로 최동원과 호흡을 맞췄던 SK 한문연 코치는 “시리즈 MVP가 최동원이 아닌 유두열이었던 것은 시즌 MVP가 최동원이었기 때문이지, 활약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며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든 역사”라고 했다.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은 “한국시리즈만 놓고 보면 선동열보다 최동원이 더 돋보였다”고 평가했고, 허구연 MBC 해설위원 역시 “그야말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팀 전력의 90%를 차지했다”고 했다. 그 때 삼성 소속으로 상대팀 선수로 맞섰던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나한테는 정말 쓰라린 기억이지만 혼자서 4승을 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라고 되돌아봤다.

절대 다수 표를 받은 최동원에 이어 가장 인상적인 시리즈로 꼽힌 2002년 한국시리즈 히어로 마해영이 그 다음인 4표를 받았다. 5차전에서 홈런 2방을 기록하기도 했던 마해영은 한국시리즈 사상 첫 끝내기 홈런을 때리는 등 24타수 11안타 3홈런 10타점으로 그 해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두산 김현수는 “마해영 선배는 시리즈를 완벽히 지배한 선수였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고, 2002년 삼성 소속이었던 현 한화 강동우도 “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이었다”며 마해영을 제 1로 꼽았다.

2009년 SK와의 7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때렸던 KIA 나지완을 꼽은 전문가도 3명이었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2002년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도 인상적이었지만, 7차전 승부라는 측면에서 나지완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이 더 가치 있다”고 했다.

삼성 김성래 코치, KBO 정금조 운영팀장 등 3명은 1993년 해태 소속으로 삼성과의 시리즈에서 4승1무2패 우승을 이끌었던 이종범(현 KIA)을 꼽았다. 김 코치는 “당시 나가면 어느새 3루까지 갔다. 삼성이 해태에 진 게 아니라 이종범에게 졌던 것”이라고 했다. 이종범은 그 해 시리즈에서 29타수 7안타 4타점 7도루, 타율 0.310으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그는 1997년 한국시리즈에서도 3홈런 타율 0.279로 또다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타의견으로 LG 이일재 홍보팀장은 “LG가 우승한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MVP를 차지한 김용수”라고 밝혔고, SK 박진만은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정명원”을 꼽았다. 정명원은 1996년 현대 소속으로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완성하며 4-0 팀 승리를 이끈바 있다. SK 최동수는 “2010년은 물론이고 2002년, 2007∼2008년 등 한국시리즈마다 강인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재현”이라고 답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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